[나의 목회, 나의 일생] 나체촌 교회에 간 목사님

Google+ LinkedIn Katalk +

호주의 한 유명한 목사님이 나체촌 교회 헌신 예배 설교자로 초청을 받았다. 목사님은 옷을 입고 가야 하나 벗고 가야 하나 여간 고민이 되는 게 아니었다. 설교자는 회중들과 우리 의식(We-Feeling), 동질 의식이 중요하겠다 싶어 옷을 벗고 설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체촌 마을 입구에 차를 세우고 차 안에 옷을 벗어두고 예배당에 들어섰다. 그 사이 교인들 간에 격렬한 토의 끝에 경건하기로 소문난 목사님을 모시고 예배하는 이날만큼은 모두 옷을 입기로 결의를 하고 모두 단정하게 옷을 입고 앉아있었다. 당황한 목사님, 창세기 2장 25절 말씀을 읽고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 아니 하더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했더란다.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만들어낸 얘기겠지만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이 있다. 목사가 어떤 자리에서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가 하는 건 목회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한소망교회를 개척하고 처음 예배당을 건축한 다음, 목사가 주일예배 시간 목사 가운을 입을까 말까를 두고 논의와 나름 연구가 있었다. 논의 끝에 우리 교인들에게 여론 조사를 하고 젊은 목사들로 하여금 예배학적으로 연구하여 발표도 해보았다. 결론은 예전적인 특별한 예배 외엔 가운을 입지 않기로 하고 지금까지 우리 교회는 예배 시간에 가운을 입지 않는다. 

지금 우리 교회는 1만 명이 넘는 교인들의 평균 나이가 38.1세 정도이다. 그때도 우리 교회는 젊은 교회였다. 당시 우리 교인들은 가운을 거룩이나 경건으로 생각하지 않고 위선으로 받아들였다. 요즘 MZ 세대들도 엇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인구분포도를 살펴보면 MZ세대가 국민의 32%쯤 된다. 32% MZ 세대들의 55%는 수도권에 거주한다. 지금 우리 교회에서 여론 조사를 다시 한번 해보면 어떤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까 궁금해지기는 한다. 

한때 미국의 열린 예배 열풍이 우리나라 교회들까지 뒤흔든 적이 있다. ‘예배갱신학교’를 통해 열린 예배를 보고 온 성급한 목사들이 반바지에 남방이나 티셔츠를 입고 주일 강단에 섰다가 문제가 된 교회들이 꽤 있었다. 어찌하든 구도자들에게 가까이 가고 그들과 동질 의식을 가지고 복음을 전하고자 했던 그들의 열정을 배우지 않고 껍데기 복장만 배웠던 탓이었다. 

어느 사모 세미나에 갔더니 개척 교회 사모 한 분이 복장을 깨끗하고 단정하게 입었더니 개척교회 사모가 치장만 한다고 시어머니(?)들이 꾸중을 하더란다. 그래서 허름하게 입었더니 교회 품위를 떨어트린다고 잔소리를 하더란다.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느냐고 넋두리를 해왔다. 그래서 내가 웃음으로 때워 넘겼다. 잘(?) 입으시면 되지요. 여기 ‘잘’에는 많은 뜻이 내포되어 있었을 것이다. 

교인들을 생각하는 설교자 목사님도 초청 설교자를 배려하는 성도들도 참 잘했다. 그러나 소통과 대화가 부족했던 게 결정적인 실수였다. 복장은 너무 화려하여 거부감을 주어도 안되고 허술하여 품위가 떨어져도 안 된다. 경건미가 없어도 안 되고 위선적으로 보여도 아니될 것이다. 옷은 계절, 장소, 그 모임의 성격, 회중과 분위기까지 고려해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분명히 잘(?) 입어야 한다. 

류영모 목사

<한소망교회•제 106회 총회장•제 5회 한교총 대표회장>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