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은 제46대 미국 대통령 취임 당시, 1893년부터 집안 대대로 내려온 성경 위에 손을 얹고 선서했습니다. 그는 취임사에서 시편 30편 5절 말씀인 “그의 노여움은 잠깐이요 그의 은총은 평생이로다. 저녁에는 울음이 깃들일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를 인용하며 ‘희망’과 ‘통합’의 메시지를 선포했습니다. 이어 노란 코트와 빨간 머리띠 차림의 22세 시인 어멘다 고먼(Amanda Gorman)이 단상에 올라 자작시 ‘우리가 오를 언덕’을 낭송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노예의 후예이자 미혼모 아래서 자란 깡마른 흑인 소녀라고 소개하며, 자신 같은 사람도 대통령을 꿈꿀 수 있는 나라를 노래했습니다. “어디서 빛을 찾아야 하는가?”로 시작해 “우리에게 빛을 바라볼 용기만 있다면 빛은 언제나 거기 있을 것”으로 끝맺은 그녀의 시는 전 세계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가톨릭 신자인 대통령의 취임식이었지만, 신부님의 기도로 시작해 목사님의 축도로 마무리된 과정은 우리 사회에 진정한 희망과 통합의 꿈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러한 희망의 역사가 성경 속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바로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이 즉위한 기원전 538년의 이야기입니다. 과거 유다 백성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 각자의 소견대로 살았던 죄로 인해 바벨론으로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희망을 찾을 수 없는 타국에서 포로 신분으로 70년을 살아가던 중, 이들을 압제하던 바벨론이 페르시아(바사)에 의해 무너지는 대전환이 일어납니다. 이것이 바로 고레스 원년의 역사입니다. 이때 고레스는 포로 귀환을 허락하는 조서를 발표합니다. 이 조서는 지름 23cm의 원통형 실린더에 기록되었는데, 실제 1879년 이라크 남부에서 발견되어 현재 영국 대영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조서의 내용은 포로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성전을 건축하라는 파격적인 선언이었습니다. 고레스는 정복했던 나라들의 문화와 언어, 종교적 정체성을 모두 인정하는 포용 정책을 펼쳤습니다. 고레스가 단지 개인적 신앙심이 깊어 이런 일을 행했겠습니까? 그는 “하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세상을 내게 주셨다(스 1:2)”라고 고백하며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참 신이시다(스 1:3)”라고 선포했습니다. 결국, 하나님께서 고레스를 당신의 도구로 사용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약속을 반드시 지키시는 분이시므로 때로는 우리를 핍박할 것 같던 이들이 도움을 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을 통해서도 당신의 방법으로 거대한 역사를 성취하십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신실하게 약속을 이뤄가고 계십니다. 올 한 해, 그 약속이 우리 삶 속에 온전히 성취되는 축복이 가득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김한호 목사
<강원노회 노회장•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