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예배로의 부름’은 미국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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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의 시작 순서는 세계 교회들이 모두 다르다. 유럽의 전통적인 교회들과 동방정교회의 역사를 확인해 보면 예배의 시작을 인도자가 회중을 향해 명령하거나 소집하는 방식으로 이해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이미 모여 있는 회중이 하나님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온전히 초점을 맞추었다. 장로교의 모태가 되는 장 칼뱅(Jean Calvin, 1509~1564)의 제네바 예배 지침에 따르면, 예배는 항상 신앙 선언인 보툼(Votum)으로 시작되었다. 즉, 시편 124편 8절을 선포함으로써 예배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고백하고 곧바로 목사의 축도성 인사와 회중의 죄 고백으로 이어졌을 뿐, 회중을 향해 예배의 시작을 촉구하는 독립된 순서는 없었다.

루터교(Lutheran) 및 가톨릭(Catholic) 역시 사제와 보좌진이 성소로 입장할 때 시편을 노래하는 입당송(Introit)을 사용했다. 이 행위 자체가 예배의 시작이었으며 이어서 성삼위 하나님의 이름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동방정교회(Eastern Orthodox) 또한 사제가 대축복 선포로 예배를 시작하면 회중이 응답하며 시편을 노래했다. 이처럼 유럽과 역사적 종파의 전례에서 예배 시작은 예외 없이 신앙 고백과 찬송, 축복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행위였을 뿐, 예배의 문을 열기 위해 인위적으로 분리해 놓은 독립적 선언 항목은 없었다.

반면 미국교회의 ‘Call to Worship’(예배로의 부름)은 20세기 초 미국적인 종교 환경과 신학적 재구성이 만들어 낸 독자적인 산물임이 분명하다. 미국 북장로교를 중심으로 대두된 예배 갱신 운동의 결과로 1906년 첫 예식서인 『공동예배서』(Book of Common Worship)가 제정되었다. 이때 미국 학자들은 유럽 개혁교회의 보툼이나 전통 시편 교독의 요소를 가져오면서, 이를 미국 교회의 실용주의적 입맛에 맞게 변형해 ‘Call to Worship’이라는 독립된 순서명으로 명문화했다. 이는 흩어져 있거나 집중하지 못하는 회중을 향해 인도자가 선언적으로 예배의 시작을 고지하고 참여를 촉구하는 미국 교회만의 독특한 기능적 순서로 자리 잡았다.

다른 나라의 교회 역사에는 존재하지도 않던 미국식 ‘Call to Worship’을 ‘예배로의 부름’이라는 부자연스러운 언어로 직역해 들여온 한국교회의 행태는, 세계 기독교의 보편적 전통과도 무관한 미국 교회의 형식을 맹목적으로 추종한 문화적 사대주의의 결과물에 불과하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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