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찾아가는 뮤지컬 ‘마당놀이 요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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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없이, 이야기로… 작은 교회 문턱 낮추는 기독교 문화콘텐츠

교회가 문화행사를 열고 싶어도 ‘비용’ 앞에서 멈추는 일이 적지 않다. 외부 공연을 초청하려면 조명·음향·무대 세트에 운송과 스태프 인건비까지 더해지며 부담이 커진다. 성도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지만, 정작 교회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많지 않다.
이런 현실 속에서 세트가 필요 없는 형식을 전면에 내세운 시도가 등장했다. 기독교계 공연기획업체 오제이엔터스컴(대표 고요셉)에서 준비 중인 ‘찾아가는 뮤지컬 마당놀이 요셉전’이다.
무대 설치를 최소화한 마당놀이 형식을 빌려 교회가 감당해야 할 초청 비용과 준비 부담을 낮추는 한편, 성경 이야기를 ‘재미와 참여’라는 방식으로 풀어내겠다는 구상이다.

각기 다른 교회 구조, 마당놀이가 답

고요셉 대표가 ‘마당놀이’로 방향을 굳힌 것은 오랜 현장 경험에서 비롯됐다.
고요셉 대표는 “조혜련 집사와 함께 약 10년간 전국 교회 사역 현장을 다니며, 문화 콘텐츠에 대한 필요는 크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시도조차 어려운 경우를 반복해서 보아왔다”고 말했다.
특히 고요셉 대표가 기획하고 조혜련 집사가 연출한 「사랑해 엄마」는 일반 관객들에게도 공감과 호응을 얻은 작품이지만, 교회 요청으로 공연을 추진할 때마다 세트 운반과 장비 투입 등이 초청 비용을 끌어올려 한계로 작용했다. 이러한 현실은 제작진과 배우들로 하여금 ‘교회가 감당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했다.
고요셉 대표는 “배우들이 먼저 ‘우리가 교회로 찾아가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예전에 메모해 두었던 ‘찾아가는 마당놀이’ 구상이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마당놀이는 세트에 의존하지 않고 배우의 움직임과 관객과의 호흡으로 이야기를 이끄는 형식이다.
고요셉 대표는 “교회 공간은 전통적인 마당놀이 구조와 다르지만, 한쪽으로 열려 있는 특성을 살리면 참여 요소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요셉의 형제들이 모두 무대에 오르기 어려운 장면에서는 관객을 지목해 역할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관람자를 이야기 속 인물로 끌어들이는 장치도 마련했다.

히브리 가나안은 충청도, 애굽은 경상도… 사투리로 ‘정겹게’

‘요셉전’이 마당놀이 형식으로 기획된 또 하나의 이유는 각색의 자유로움이다. 다만 이러한 각색은 두 분의 목사로부터 성경 해석과 설정에 대한 감수를 거쳐 이뤄졌다.
이 작품은 고요셉 대표 기획으로, 고요셉 대표와 조혜련 집사가 공동 연출을 맡아 교회 현장에 맞는 이야기와 무대 언어를 구현하고 있다.
성경 속 가나안과 애굽, 미디안 상인 등의 설정을 한국의 지역으로 옮겨 가나안은 충청도, 애굽은 경상도, 미디안 상인은 전라도로 풀어냈다. 등장인물들은 설정에 맞춰 각 지역의 사투리를 사용한다.
고요셉 대표는 “성경에서도 애굽과 가나안의 말이 달랐다는 점을 확인받았다”며 “성도들에게는 정겹고, 비신자들도 부담 없이 따라올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현대적인 언어와 상황을 섞어, 교회 밖 관객도 이야기를 쉽게 이해하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5~6명이 전부 한다… ‘요셉’ 빼고 1인 다역

‘찾아가는 공연’의 또 다른 특징은 최소 인원 운영이다.
고요셉 대표는 “배우 5명과 조연출 1명, 총 6명이 현장을 책임지는 구조”라며 “이동성과 기동성을 고려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소품과 의상 준비, 현장 오퍼레이션까지 배우와 조연출이 분담한다. 극 안에서도 요셉 역을 제외하면 1인 다역이 기본이다. 한 배우가 야곱과 바로, 미디안 상인과 신하를 오가며 장면을 이끈다. 마당놀이 특유의 ‘빈 공간을 배우가 채우는 기술’이 공연의 핵심이다.

14곡 작사•작곡, 5곡 안무… 국악풍부터 랩까지 ‘세대 공감’

‘요셉전’은 마당놀이 형식을 취했지만, 뮤지컬적 요소를 전면에 둔 작품이다. 고요셉 대표가 공연에 사용되는 음악의 작사와 작곡을 직접 맡았다.
공연에는 총 14곡의 노래가 사용되며, 이 가운데 약 5곡에는 안무가 들어간다. 국악풍의 정서부터 발라드, 랩, 댄스풍까지 다양한 장르를 섞어 세대별 공감을 넓혔다. 러닝타임은 약 80~90분으로, 교회 환경에 맞춰 조율했다.

배우들도 달라져, 대본 이해하며 ‘사명감’ 생겨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변화는 배우들의 태도였다.
고요셉 대표는 “성경 이야기가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은 대본을 처음 접했을 때 내용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하지만 연습을 거듭하면서 ‘아, 이런 이야기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되고, 그에 따라 마음가짐도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이 공연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일이라는 점을 계속 강조한다”며 “선택된 자리라는 인식을 갖고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했다.
고 대표는 이 작업을 ‘제작’이 아니라 ‘사역’이라고 강조했다.

3월 7일 첫 공연 앞둬, 남원•인천으로 이어져

‘마당놀이 요셉전’의 첫 무대는 오는 3월 7일 남양주 다산평화교회에서 열린다. 이후 4월 5일 남원중앙교회, 4월 11일 인천 필그림교회에서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남원 일정은 소규모 교회들이 연합해 장소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고요셉 대표는 “지방에서는 작은 교회들이 함께 관람하는 연합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일정 기간 대학로에 위치한 자체 극장에서 교인 수 100명 미만 교회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선별해 무료 관람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교회가 비용 부담 때문에 문화 콘텐츠를 포기하지 않도록 문턱을 낮추겠다는 뜻도 밝혔다.

‘요셉전’을 택한 이유…이름, 그리고 삶

‘마당놀이 요셉전’은 구약성경 창세기 37장부터 50장까지 이어지는 요셉의 서사를 바탕으로 한다. 형제들의 시기와 배신, 애굽으로 팔려간 고난의 시간, 그리고 용서와 화해로 이어지는 요셉의 삶을 통해, 고난 속에서도 일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무대 위에 담아낸다.
고요셉 대표는 작품 선택의 이유를 개인적인 고백으로도 이어갔다. “제 삶이 요셉과 비슷한 결을 가진 부분이 있었다”며 “나라와 환경이 바뀌는 요셉의 서사는 사투리와 지역감으로 풀어내기에도 적합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요셉전이 자리 잡으면 다윗과 룻 등 다른 구약 이야기들도 선별해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흥행 아니라 단비… 교회에 필요한 ‘문화 콘텐츠’ 되길”

‘마당놀이 요셉전’은 무엇보다 교회 현장을 향해 있다.
고요셉 대표는 “교회들이 문화 콘텐츠에 목말라 있다. 지역 주민과 교회 밖 사람들도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며 “기독교 문화는 직설적인 구호가 아니라, 이야기와 재미 안에 복음을 자연스럽게 담아낼 때 힘을 가진다”고 말했다.
고요셉 대표는 “많이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선하게 펼쳐내는 첫 단추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고비용 구조 속에서 교회 문화행사가 쉽게 시도되지 못하는 현실을 ‘형식의 전환’으로 풀어내려는 시도다. ‘마당놀이’라는 오래된 형식을 다시 꺼내 교회 현장에 맞게 옮긴 ‘요셉전’은 문화 콘텐츠를 향한 교회의 갈증과 현실적 한계 사이에서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나아가 ‘요셉전’은 그 가능성이 실제 교회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충인 기자

공연초청문의 : joyncul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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