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정책은 한국 교육은 물론이고 사회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특히 80년대 산업화 사회에 필요한 표준화된 인재를 양성하는데 적절한 교육 정책이었다. 그러나 50여 년이 지난 오늘의 4차 산업혁명시대는 창의성과 융합적 사고를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기존의 평준화 정책에 기반한 획일적인 표준화 교육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평준화 정책은 어떻게 재구조화될 수 있을까? 크게 세 가지 견해가 존재한다.
첫째, 평준화 정책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견해이다. 이는 현재의 교육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가가 교육의 공공성과 평등성을 더 강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견해는 모든 학생에게 일정한 수준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커다란 한계가 있다.
둘째, 평준화 정책을 폐지하는 견해이다. 이는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고, 학교의 자율성과 교육의 다양성을 회복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평준화 정책은 지난 50여 년 동안 대한민국 교육의 기본 틀로 자리잡고 있어 이를 전면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더구나 평준화 정책을 폐지할 경우 과거와 같은 학교 서열화와 입시 경쟁이 다시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피하기 어렵다.

셋째, 평준화 정책을 보완하는 견해이다. 이것이 바로 ‘평준화 정책 2.0’이다. 평준화 정책 2.0은 기존의 평준화 정책을 전면적으로 비판하지도 않고 동시에 무조건 수용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평준화 정책이 지켜온 교육의 공공성은 유지하면서 교육의 다양성을 함께 증진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국공립학교를 중심으로 표준화된 교육을 유지하며, 다양한 건학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립학교를 통해 교육의 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다. 결국 평준화 정책 2.0은 공공성과 자율성을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교육체제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한국교회와 기독교학교는 이제 평준화 정책 2.0 시대를 열어 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평준화 정책 2.0은 교육의 공공성을 약화시키자는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공교육의 책임을 존중하면서도, 사립학교와 기독교학교가 본래의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회복하자는 제안이다. 국공립학교가 보편적 교육의 기반을 담당한다면, 사립학교와 기독교학교는 다양한 교육철학과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교육의 폭을 넓히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결국 앞으로의 과제는 평준화 정책을 무조건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전면 폐지할 것인가의 선택에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지난 50여 년 동안 유지되어 온 평준화 체제를 오늘의 시대에 맞게 새롭게 설계하는 일이다.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면서도 학교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살리는 길, 바로 그것이 평준화 정책 2.0이다. 기독교학교가 공교육 안에서 건학이념을 온전히 구현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토대를 회복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평준화 정책 2.0은 한국교회와 기독교학교가 함께 열어가야 할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길이다.
함승수 교수
<명지대학교, 사)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사무총장, 동안교회 협동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