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솔직히 기도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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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시골교회 목사에게 새벽기도회에는 몇 분이나 나오는가 물었더니 한 사람도 안 나온다는 것이다. 깜짝 놀라 ‘그러면 자네는 혼자라도 기도하는가?’라고 물었더니 아무도 안 나오니 자신도 새벽기도 안 한다는 것이다. 허물없는 사이여서 야단을 쳤다. ‘야! 이 사람아! 교인은 안 나와도 당신은 교인을 위하여 기도해야 될 것 아냐! 그리고 그 지역 농사를 위해 기도해야 교회 때문에 복을 받았다고 하지!, 그리고 나라를 위해 기도할 일이 얼마나 많은 데 목사마저 기도 안 하면 교회와 그 지역사회는 소망이 없다’고 흥분하여 말했더니 그 후로는 미운털이 박혀 있다.  

어느 날 한 집사님이 기뻐하며 다가와 ‘목사님께서 기도해 주셔서 응답받았다.’며 감사해 하였다. 그런데 나는 솔직히 그 집사님 기도 제목도 몰랐고 기도도 하지 않았기에 내 기도 덕분에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하니 가슴이 뜨끔하고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다고 ‘저 기도 안했는데요…’ 하고 고백할 용기는 더더욱 없었다. 

사무엘 선지자가 자신은 기도하기를 쉬는 죄를 범하지 않겠다고 고백했는데 나는 기도하기를 쉬는 죄를 저지르고도 양심이 화인 맞은 뻔뻔한 목사였다. 그러고도 사례비를 꼬박꼬박 챙겨먹고 또 성도들이 대접하는 것을 다 받아먹었으니 내가 바로 삯꾼 목사였던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부끄럽지 않은 목사가 될까를 고민하다가 떠오른 생각 선교회별, 교구별, 교회학교별로 중보기도제목을 다 써서 내게 하였다. 성도들이 써 낸 기도제목을 통해 집안에 환자들이 많은 것과 속 깊은 문제들을 모두 알게 되었고 강단에서 선포하였다. ‘저도 여러분의 기도제목을 붙들고 매일 기도할 테니 여러분들도 함께 동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교구장은 최소한 자기 교구를 위해, 구역장은 구역 성도들, 선교회 임원들은 선교회원들, 교회학교 부장들은 자기 부서를 위해, 교회학교 교사는 최소한 자기 반 학생들 이름을 부르며 함께 기도하자고 한 것이다. 그리고는 매달 기도제목을 새로이 받고 한 달에 몇 번 기도했는지 체크하며 보고하게 하였다. 

나에게는 목회하면서 생긴 여러 가지 별명이 있는데 ‘아이디어 뱅크 목사님, 체크리스터 목사님’ 등이 그것이다. 우리 교회 성도들은 목사님이 모든 것을 체크해서 보고하게 하시니 도통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 한 눈에 모든 것이 파악되고 놓치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성도들의 모든 문제를 알고 기도하다 보니 성도들을 만날 때마다 안부를 묻게 된다. ‘어머니는 좀 나아지셨냐?’ ‘아버지는 좀 괜찮으시냐?’고 염려하며 문제를 다 알고 물으니 그저 일반적인 안부를 물을 때보다 모두들 감격해 한다. 이제는 기도 할 맛이 난다. 홍천군 기독교연합회장을 맡았을 때는 150여 개 교회 이름을 부르며 기도했고, 노회장 때에는 90여 개 교회와 목사님들을 위하여 기도했다.

예전부터 나에게 소중했던 분들 이름을 적어 기도하다보니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 지금은 2,000명이나 된다. 이름만 부르며 기도해도 한 시간이 넘는다. 물론 그들은 내가 기도하는 줄도 모르고 있겠지만 은밀히 기도하는 재미가 있다. 그러다보니 하나님과 더 많이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

이민수 목사

<홍천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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