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긴과 보아스] 교회의 제도화와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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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미국 오렌지카운티에 건립된 수정교회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교회이다. 필자도 2000년 초에 수정교회를 방문하고 큰 감동을 받았다. 로버트 슐러 목사는 80년대 초에 라디오 설교, 드라이브인 처치, 적극적 사고 방식 등 생각할 수도 없는 탁월한 창조적 리더십으로 교회를 크게 일으켜 세웠다. 예배당에 들어가 보니 그동안 한국에서 생각해왔던 교회의 개념이 아니었다. 물론 로버트 슐러 목사의 목회가 신학적으로 검증되어야 할 부분이 있었지만, 탁월한 리더십으로 교회를 부흥시킨 목회자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후에 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수정교회가 내부 분열과 반목, 각종 루머로 쇠락해 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010년에 공식적인 파산을 선언하고 가톨릭 교회에 매각되고 말았다.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믿을 수가 없었다. 하나님의 교회가 파산을 선언하다니, 더하여 종교개혁자들의 정신을 이어받은 교회가 가톨릭에 매각을 하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교회가 처음 시작할 때 가정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가정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예수의 부활을 믿는 자들이 모임, 즉 공동체가 본질이었다. 모이는 장소와 건물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함께 모여서 찬송하고, 기도하고, 사도들의 증언을 듣고, 서로 섬기고 사랑할 때 놀라운 역사가 그곳에 함께 했던 것이다. 그 결과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었고, 교회는 부흥하게 된 것이다. 

교회가 부흥하면서 필연적으로 걷게 된 길이 있다. 교회의 제도화였다. 이것은 교회를 안정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교회를 봉사하는 집사를 세우게 되었다. 바울이 복음을 전하고 교회가 세워지면 장로를 세우고, 집사를 세워서 교회를 안정적으로 섬기게 했다. 제도화가 가져온 장점이 있다. 교회를 안정시키고, 교회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제도화의 정점은 기독교가 로마의 종교로 공인되면서이다. 교회의 제도화가 더 공고히 강화되고,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제도화가 가져온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바로, 교회의 본질, 복음의 야성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복음이 제도에 갇히게 된 것이다.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능력이 현격히 줄어들게 되었다. 교회는 역사적으로 늘 제도와 복음의 본질 사이에서 고민하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교회의 본질은 성령공동체라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이 세상 속에 하나님 나라 복음을 자유롭게 증거하는 사명이 교회에 있는 것이다. 교회만이 하나님 나라를 이 세상 속에 세워나가는 특권을 가졌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교회의 제도화가 불가피한 현실이지만, 본질을 잃어버리게 되면 교회는 타락의 길을 걸어가게 되는 것이다. 본질을 잃어버리면 제도자체가 교회가 되어지는 것이다. 제도가 악한 것이 아니다. 교회에는 교회를 안정시키고,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교회의 핵심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복음의 능력, 복음의 야성이 살아나야 하는 것이다. 제도를 앞세워 교회의 존재론적 사명을 상실하면 안되는 것이다. 아마, 수정교회도 리더십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교회의 본질인, 복음의 야성을 상실하고, 지나친 제도화가 가져온 결과일 것이다. 오늘 한국교회는 교회의 핵심인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는데 제도, 제도를 통해 복음의 야성을 돕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김영걸 목사

<포항동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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