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이야기] 운명과 정면으로 맞서는 최후의 승리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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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야고보가 말하기를 인생에서 여러 가지 고난과 시련을 만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고 했다. 이는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고, 인내를 온전히 이루면 부족함이 없는 인생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수님이 유대인들에게 잡히시고 죽임을 당하시고 부활하신 그 과정에서 야고보는 동생으로서 엄청난 시련을 겪었을 것이다. 예수님이 승천하신 다음에도 유대사회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증거하는 것은 목숨을 내어놓는 위험한 일이었다. 그런데 야고보는 고난과 시련을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고 한다. 야고보가 이 말을 했다면 이 말은 틀림없는 진리인 것이다.

독일 어느 음악가 가문에서 태어난 소년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무능한 술주정뱅이었다. 그 소년은 어릴 때부터 음악에 관심과 소질이 많았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너는 자라서 큰돈을 벌어야 한다”고 늘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아버지의 말을 따르지 않고 열심히 바이올린에만 열중했다. 그러나 연주 실력은 좀처럼 향상되지 않았고 그를 가르치는 교사도 소년에게 연주자로서 자질이 없다고 했다. 더욱이 가난 속에서 음악을 하는 것은 음악가로서 큰 장애였고, 술주정뱅이 아버지는 아들에게 폭력을 쓰기까지 했다. 그 소년의 생활은 불행한 날의 연속이었다. 그를 더욱 불행하게 했던 것은 항상 그의 편이었던 어머니가 그가 20세가 채 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그는 이런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작곡 공부를 열심히 해 서서히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불행은 계속되었다. 귀가 안 들리는 절망적인 시련이 찾아온 것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 청각 상실이란 곧 죽음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는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그는 불행한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모든 불행을 이겨내고 노력해 마침내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작곡가가 되었다. 그가 바로 악성이라 불리는 베토벤이다. 그는 평생 혹독한 운명과 싸워 이겼고, 이 세상에 길이 빛나 음악가가 되었다. 그는 “나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온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한 철학으로 살아간 그는 음악을 통해 베푸는 삶을 실천했다.

나 역시 베토벤 못지않은 고난이 있었다. 그중 한 가지, 거지 생활을 할 때의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다. 가을걷이가 끝난 쌀쌀한 가을날 밤에 잠을 잘 때가 되면 추수가 끝난 논바닥 볏단에 누워 잠을 자야 했다. 늦은 가을날 밤에는 아무리 볏단을 겹겹이 덮어도 살 속 깊이까지 찬바람이 스며들었다. 

또 남의 집 타작마당의 남은 볏단 속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볏단 속엔 벌레들이 득실거렸고, 모기들이 밤새 물어 온몸이 물린 자국이었으며, 논바닥은 습해 밤새 젖은 옷에 새벽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잠을 깨곤 했다.

다음 날 아침 주인이 나타나 야단을 칠 때 사정 이야기를 하면, 주인은 인정을 베풀어 국에 말은 밥을 가져다주어 아침을 해결하기도 했다. 온갖 벌레들이 공격을 하면 그대로 온몸을 내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가려움으로 너무 고통스러울 때 인정 많은 아주머니들이 소금물을 만들어 온몸에 뿌려주기도 했다. 힘들고 괴로운 날들이었지만 그들의 인정은 눈물이 나도록 고마운 사랑이었고, 잊을 수 없는 감사함이다.

내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준 아저씨들, 소금물로 온정을 베풀어 준 아주머니들의 이름도 얼굴도 기억할 수 없지만 그들의 사랑은 내가 내 앞에 놓여 있는 기막힌 운명과 맞싸울 수 있는 힘을 보태 준 삶의 용기였고 희망이었다. 세상에는 죽음의 문턱에서 허우적대는 절망의 인생들이 지금도 많이 있다. 나 역시 어느 누구 못지않은 고난과 좌절의 깊은 수렁을 경험했다. 그때마다 “나를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에서 끌어올리시고 내 발을 반석 위에 두사 내 걸음을 견고하게 하셨도다”(시 40:2)라는 말씀을 읊조리며 그 웅덩이와 수렁을 견뎌 왔다. 성공적 인생을 살려면 앞에 놓인 절벽과 같은 고난을 이겨 내는 믿음과 용기가 필수적이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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