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장편소설] 수양동우회(修養同憂會) 사건과 춘원의 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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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미 지로(南次浪) 총독이 전시체제를 가동해 조선의 지식인들을 차례로 죽이는 살생부는 분명 살아 추진되는 1급 비밀 계획이라는 것을 분명 알게 될꺼야! 서대문 형무소 특별 면회소를 나서며 도쿠도미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또렷한 음성으로 이렇게 말하고 갔다.

“자네 마음에 결심이 서면 바로 연락을 해라 춘원! 다 죽기 전에.”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잡혀온 50여 명의 동지들의 뼈가 부서지는 아픔의 곡성이 날이 갈수록 드높아만 갔다. 도산은 심한 고문에 몇 번씩 실신한다고 했다.

다 죽어! 더 늦기전에 항복하라는 도쿠도미의 목소리가 춘원의 귓전을 아프게 때리고 있었다. 이렇게 되자 춘원은 일생일대의 갈등과 번민으로 자신이 엄청난 결심을 해야 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

춘원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계속 소신껏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한 목숨을 걸레처럼 버리고 일본의 개(犬)가 되어, 조선의 혼(魂)들이 뿌리채 뽑히는 최악의 사태를 막는 희생양이 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숨 막히는 시간이 찾아 왔음을 감지한다.

더 늦기 전에 결심을 해야 한다. 조선의 청년 지도자들이 다 죽기 전에 항복을 해야 한다. 결심하고 결정하는 데는 많은 시간들이 필요하지 않았다. 결국 춘원은 민족의 배신자가 되어, 걸레처럼 일본의 더러운 개가 되어 짖어대는 길을 과감히 선택하기로 했다. 그래서 춘원은 형무소 소장을 긴급히 면담하고 도쿠도미를 불러 댔다. 곧 황급히 달려 온 도쿠도미는 춘원을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힘껏 끌어안았다.

“춘원! 잘 생각했어! 내 그럴 줄 알았어. 이제 모든 것이 잘 될 꺼야. 그리고 곧 모두를 석방해 줄게. 그런데 큰 걱정이야. 지금 건강이 몹시 좋지 않다고 해.” “어느 정도 안 좋아요? 도산 선생 신상에 문제 있으면 저 이 방에서 안 나가요. 알겠죠.”

춘원의 걱정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도쿠도미가 다녀간 후 얼마 있어 수양동우회 죄수들이 모두 풀려났다. 반년의 감옥살이를 하고 춘원도 병보석으로 출옥할 수가 있었다. 함께 출옥한 도산 안창호는 감옥에서의 모진 고문의 후유증으로 건강을 잃고 얼마 후 세상을 떠났다.

그 슬픔은 춘원에게는 너무나 감당하기 어려웠다. 도산은 춘원의 영원한 스승이었고 삶의 멘토였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죽음으로 춘원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하도 울어서 한동안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그러면서 이후 춘원의 삶의 태도가 긍정에서 부정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부터 춘원은 매서운 일본의 개가 되어 무섭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춘원, 일본의 개(犬)가 되다. 

그는 왜 그랬을까?

도쿠도미가 최종 다녀간 1938년 11월, 수양동우회 사건의 예심을 받던 중에 춘원은 이렇게 전향을 선언했다. 일본계 신문들은 이 내용을 대서특필로 일제히 보도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기사가 온 언론을 도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외 조선인들의 매체는 처음엔 이 기사를 믿지 않으려 했다. 진위를 확인하고서는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경악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춘원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그 실망과 분노는 하늘에 닿았다. 모두들 야단이다.

“친일 변절자 이광수! 죽여라, 민족의 반역자 이광수!”를 외치면서 조선의 젊은이들은 일제히 그를 성토하고 나섰다. 긴급 면회를 신청한 아내 허영숙 마저도 “당신 미쳤어? 어쩌자고 그랬어? 좀 잠자코 있으면 어디 덧나? 세상 사람들이 이제 당신 보고 뭐라고 하겠소?” 허영숙은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나 춘원 이광수는 아무 말 없이 창밖 먼 산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황국시민이 된 이광수는 이제 새로운 길을 외롭게 홀로 뛰기 시작했다.

때는 1938년 12월, 춘원은 아침부터 서두르고 있었다. ‘시국유지원탁회의’에 참석해 토론을 주도해야 한다. 

이 행사는 전향자 중심의 좌담회다. 얼마 후 춘원은 ‘조선문인협회’ 발기인으로 참여해 회장에 선출된다. 또 회장에 취임하면서 춘원은 조선문인협회 주최로 ‘전선병사 위문대, 위문문’을 보내는 행사를 주도하게 된다.

채수정

 (본명 채학철 장로)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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