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자기 성찰의 기회, 사순절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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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한 사순절을 기대한다. 성회 수요일로부터 시작이다. 더구나 봄이다. 아무리 추위가 극성을 부린다고 해도 문 앞에 다가온 봄이다. 구태여 사순절과 함께 봄을 이야기하는 것은 영어의 사순절 ‘Lent’는 고대 앵글로색슨어에서 온 말로, “봄철에 햇빛을 비추는 기간을 늘인다”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사순절보다 ‘부활절 참회 기간’에 더 큰 의미를 두었다. 그래서 1년 365일의 십일조인 36일 동안을 지켰으나 니케아 종교회의(325년)는 부활절을 준비하는 40일을 강조했다. 그 이유는 예수님의 40일 금식기도와 모세와 엘리야의 40일 기도, 그리고 이스라엘의 40년 광야 생활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올해의 성회 수요일은 2월 22일이다. 이날부터 부활절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일을 사순절로 지킨다. 모두 46일이지만 여섯 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로 지키는 것은 주일을 작은 부활절(little Easter)로 보았기 때문이다. 초대교회는 이 기간을 주님의 고난을 생각하며 악한 영과 싸우기 위한 영적인 힘을 얻는 준비 기간으로 보았다. 초대교회로부터 지켜오던 이 절기를 부인하는 이들도 있지만 주님의 고난과 십자가를 기억하며, 참회의 기도로 자신을 돌아보며, 주님을 닮아가는 성도가 되겠노라고 다짐하며 지키는 이 절기의 의미를 구태여 구교인 천주교의 전통을 운운하며 과소평가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부활절을 앞두고 지키는 사순절의 절기 주제는 ‘경건의 회복’이다. 신앙적인 결단과 함께 경건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절기라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참된 회복은 단순한 회귀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본래적인 인간으로의 회복은 물론 하나님 나라의 회복을 말한다.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오랫동안 움츠렸던 우리들이지만 이제는 가슴을 펴고, 진정한 회복, 복음의 사람으로서 제자리 찾기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한 고통에 이어 전쟁과 지진의 소식까지 듣게 되는 안타까운 마음은 무슨 말로도 표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머뭇거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이제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할 때라고 가르쳐 왔던 어른들의 교훈을 생각하면 지금이 바로 다시 일어설 때이다. 봄을 그냥 봄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사순절 기간이 우리들에게는 자신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기도의 가슴을 펴고, 혹시라도 덮어두었던 성경을 다시 열고, 시원하게 찬송을 부르며, 전도의 발걸음을 재촉해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 달라져야 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과 생각이다. 마음과 생각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잘 자랄 것이라는 기대와 추수에 대한 확신 없이는 소망의 씨앗을 뿌릴 수가 없다. 긍정적인 믿음으로 내일을 바라보며, 지금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주는 사랑의 실천 운동으로 이어 나가야 할 때이다. 

우리의 선배들은 사순절 기간에는 오락이나 육체를 위한 일을 삼갔다. 그리고 이웃을 돌아보는 일과 거룩한 삶을 위한 훈련에 힘을 썼으며, 부활 신앙과 영적 성장을 위한 준비 기간으로 지켜왔다. 사순절의 절정은 고난주간이다. 그래서 대개의 교회는 고난주간(4월 3일~8일)을 ‘특별새벽기도회’로 지켰고, 부활의 큰 소망 중에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려고 했던 것이다. 우리의 죄로 인해 십자가를 짊어지신 주님의 고난을 기억하며 참회를 통해 자기를 부정하고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기 위해 노력하자는 사순절이다. 이러한 절기를 시작하며 나라와 민족은 물론 오늘의 세계를 바라보며 기도하는 일에도 힘을 써야 한다.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기보다는 오늘과 같은 어려운 시대적 상황 가운데에서도 우리를 세워주신 하나님 앞에 감사하며 우리 자신부터 살피고 성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손윤탁 목사

<남대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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