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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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동구라파의 시골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어떤 초등학교에 몹시 고지식한 교사가 있었다. 원칙을 중시하면서 교권은 엄하게 유지해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무서운 선생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생각도 할 수 없지만, 당시에는 학생이 잘못하면 벌을 주는 것은 당연했고 그러기에 손바닥을 맞는 정도의 체벌은 아무것도 아니게 여기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호랑이 선생으로 유명한 교실에 어느 날 한 학생이 전학을 왔다. 선생은 결석은 물론 지각도 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할 것을 당부하고 자리를 지정해서 앉으라 했다. 문제는 다음 날부터 생겼으니 이 학생이 지각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꾸중을 했으나, 그 다음부터는 손바닥을 내놓으라고 하고 나무 자로 때렸다. 매를 맞으면서도 아픈 기색만 하는 그를 보면서 조금은 ‘별난 아이’라고만 여겼다. 그러나 그 후에도 그는 계속해서 지각을 했고 이제는 교실에 들어와서는 자동적으로 선생 앞에 와서 매를 맞고는 제 자리로 가서 수업을 받는 일이 자연스럽게 반복되었다. 그러던 중 매일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던 선생이 아침에 출근하다가 노인이 탄 휠체어(wheel chair)를 밀고 가는 문제의 학생을 보게 되었다. 거리를 두고 살펴보니 소년은 그를 요양원에 두고는 얼른 나와서 학교를 향해 뛰어가는 것이었다. 이 모든 사정을 살펴보니 그는 아침마다 그의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셔드리고 학교로 뛰어왔기에, 매일 15분 정도 지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이를 확인한 선생은 어려웠던 학생의 처지를 살펴보지도 않고 단지 지각했다는 이유로 학생을 체벌만 한 것을 반성하게 되었다. 다음날도 아침에 학생은 지각을 했고, 당연하게 아무 말 없이 선생 앞으로 와서 손바닥을 내밀었다. 이때 선생은 학생을 그윽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손에 들었던 회초리로 사용했던 나무자를 내려놓고 이 소년을 끌어안았다. 

우리는 친구간에도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 그 이유를 설명하려는 친구의 말을 듣지 않고, 내 멋대로 상상한 이유로 그를 약속도 지키지 않는 나쁜 사람으로 매도하고, 비난하며 때로는 무섭게 힐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가 잠시 후에 욕을 먹었던 친구가 상당한 이유를 대면서 해명을 할 때에 불현듯 자신이 친구를 오해해서 생긴 실수였음을 알고 계면쩍게 여겼던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만일 이때에 내 멋대로 사태파악을 하지 않고 상대방의 해명을 먼저 듣고 판단을 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오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경험을 꽤나 많이 하게 된다. 물론 역으로 상대방의 행동에 비난은 커녕 칭찬을 해야 할 경우도 왕왕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가 한 행동이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잘못된 경우를 많이 발견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미처 남이 이를 발견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슬그머니 무마하면서 ‘나는 결코 잘못하지 않았다’고 자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남의 잘못은 전후를 따져보지 않고 나만의 잣대로 계량하면서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리하여 일상생활에서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 7:3)는 말씀을 뒤늦게 이해하는 일이 종종 있다.

살아가면서 법을 어기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법을 어기지는 않았지만 잘못된 언행으로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이를 잘 수습하고 회개하는 방법은 각자의 일이지만 남의 잘못을 내 마음대로 진단하는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 할 우리의 책무이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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