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청와삼대(靑瓦三代)와 주례삼대(主禮三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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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 문화동에는 ‘청와삼대(靑瓦三代)’라는 음식점이 있다. ‘청와삼대’란 우리나라의 대통령, 13대(노태우), 14대(김영삼), 15대(김대중)ㅡ 이렇게 세분의 대통령을 모신 청와대 전직 조리장(調理長)이 기술을 전수해서 운영되고 있는 음식점인데 현재 전국에 모두 25개의 지점이 있다고 한다. 식당의 외관(外觀)은 푸른 기와를 얹은 ‘청와대’를 모티프(motif=中心題材)로 하여 꾸며져 있으며 조리하는 음식으로는 칼국수를 비롯해서 보쌈과 족발이 유명하다고 소문이 나 있다. 

“청와삼대”라는 상호(商號)를 보면서 “주례 삼대”라는 제목을 떠올려보게 된다. “주례 3대 이야기”는 문 장로 자신의 이야기여서 조금 외람된 면이 없지 않다. 문 장로보다 연세가 높으신 선배 장로님들 앞에 다소 민망한 주제(主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글쓰기를 주저해오던 터였는데 생각해보니 정신이 맑을 때 글을 쓰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러 오늘 이 글을 올려드리게 되었다. 

내 고향, 경기 광주 남종 분원에 있는 나의 모교회 『분원감리교회』에는 교회의 대들보 역할을 하신 함광옥(咸光玉, 1933~2009) 장로가 계셨다. 이 분은 나에게는 친형님이나 다름없는 어른인데 신일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1978년, 함 장로께서 막내 동생 함원옥(咸元玉, 1954~ )군의 결혼 주례를 부탁해 왔다. 당시 나는 38세의 젊은이라는 점을 이유로 정중하게 사양하였으나 친형님이나 진배없는 함 장로의 강권(强勸)에 못이겨 순종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다시 10년이 흘러 1988년, 함 장로의 장남되는 함윤홍(咸潤洪, 1964~ )군의 주례를 부탁받아 2대째 주례를 서게 되었다. 그 일이 있고나서 다시 25년 후인 2013년 함윤홍 부부가 대전으로 찾아와 장녀 함신애(咸信愛, 1989~ )양의 결혼주례를 요청하여 주례를 맡게 되었으니 “막내할아버지-아들-손녀” 등 3대에 걸쳐 결혼주례를 서게 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문 장로가 고향 어른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는 점이 감사하고 한편 송구스럽기도 하다.   

특별히 고향의 함씨(咸氏) 가문은 우리고향에서 기독교신앙의 명문가정이라는 사실이 퍽 영광스럽다. 함광옥 장로의 증조부이신 함동희(咸東羲, 1851~1945) 선생께서는 당시 교역자가 부족하던 시절, 평신도로서 88세까지 “본처(本處) 전도사(=신학을 전공하지 않은 교역자)”로 사역하신 내용이 「이천 감리사회보」에 기록되어 있다. 이어서 그 아드님이신 함 장로의 조부 함창섭(咸昌燮, 1883~1975) 선생께서는 일제 강점기에 개성의 「경성신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셨으며 1916년 수원삼일학교 교장으로 부임, 1919년 3.1운동 직전까지 봉직하셨다고 한다.  

1899년 美감리회 영문판 「조선연회록」에는 전년도(1898)에 창립된 “분원감리교회”의 함동희(당시 48세)씨를 비롯 청년신도 변주성(당시 29세)씨, 장세환(당시 29세)씨 등 세분의 명단이 나온다. 이 세분의 가정은 초창기 “분원감리교회”를 이끌어간 대표적인 문중이었는데 그 중에 변주성(卞柱誠, 1880~1961)씨는 나의 작은 외조부가 되신다. 

1949년, 내가 초등학교 4학년 시절, 할아버지께서는 어느 주일날 대예배시간에 특송을 자원하셨다. 그날 할아버지께서는 “주의 말씀 듣고서 준행하는 자는~”으로 시작되는 찬송을 부르셨는데 그때 나로서는 처음 듣는 찬송이었다. 후렴부분에 “잘 짓고 잘 짓세, 우리 집 잘 짓세. 만세 반석위에다 우리 집 잘 짓세”의 가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요즈음도 2대 함윤홍 선생과는 자주 문안전화를 주고받는다. 3대 함신애의 딸이 태어났을 때, 부모가 지은 이름 「김린하」에 한자 이름을 부탁받고 “물맑을 린(潾)/ 여름 하(夏)”로 명명(命名)해준 인연이 있다. 이 아이가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인데 두뇌가 명석하며 영어와 바이얼린에 출중한 재능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얼마 전에는 함윤홍 선생에게서 온 전화를 받아보니 뜻밖에도 어린애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 영어 할아버지세요?” 직감적으로 2대 함윤홍 선생의 외손녀이며 3대 함신애의 딸 「린하」 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약 10분간 중학교 2~3학년 수준의 영어로 내가 질문을 하였는데 이 아이의 영어 이해도가 아주 훌륭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었다. 바라기는 “함원옥-함윤홍-함신애” 3대가 모두 신앙명문의 자녀답게 신실한 믿음을 자자손손 아름답게 이어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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