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 고난을 통해 얻은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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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이가 벌써 망구(望九)가 되었다. 그동안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월이 정말 빠르게 흐른다는 것은 실감했지만, 학교 동창들과 어울리면서 화제가 점점 건강에 관한 것이 많아지고, 옛날의 추억도 심심찮게 나오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게 여겨지면서, 내가 늙었다는 것은 별로 실감하지 못하지만 늙어가는 친구들의 모습만이 처량하게 여겨지면서, 때로는 나도 늙어가는가 여겨지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병에 관해 너무도 진지하게 대화하는 친구들의 모습과는 반대로 그리 큰 병은커녕 감기조차 걸리지 않는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나는 정말 건강하게 살아왔으니 얼마나 행복한가’라고 감사하곤 했다. 그러나 나이에 장사 없다고 3년 전에 몸에 이상을 느껴 동네 비뇨기과를 찾아 진찰을 위해 소변과 혈액 검사를 했다. 그 결과는 심각해서 소견서를 받아들고 대학병원을 향했다. 결과는 ‘전립선암 4기’였다. 당장 입원해서 종합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처치에 따랐다. 암세포가 임파선까지 퍼졌지만 다행히도 뼛속으로는 감염되지 않았다는 소견이 나왔다. 아직까지는 일상생활에서 그리 큰 불편함이 없고, 커다란 통증도 없기에 나이를 고려해 수술보다는 약물치료를 하자는 의사의 권고를 받아들여 약물치료에 전념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나도 이제는 친구들과 같은 평범하고 당연한 노인이 되어가는구나’라고 자위하기도 했다. 이는 지극히 당연하게 모든 사람들이 겪는 이치며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너무도 많이 떠도는 ‘이런저런 용하고 틀림없다’는 의학상식에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도록 노력하기에 집중했다. 그러나 ‘젊은 시절에는 책상 위에 꽃병이 있었는데, 늙어가면서는 책상 위에 약병만 늘어간다’는 말을 생각하며 쓴웃음을 짓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생활하면서 그리 큰 사고 없이 노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크리스마스를 눈앞에 둔 때였다. 마침 함박눈이 내린 후여서 평소에 즐겨 걷던 집 앞의 작은 공원 내에 있는 산책로를 조심스럽게 걸은 후에 집으로 향하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살얼음을 밟고 그대로 미끄러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였으며 크게 넘어진 것도 아니라고 생각되었지만, 혼자는 일어날 수도 없어서 지나가던 행인의 도움으로 일어났고, 곧 119에 전화해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실려 가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면서 마침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기라 모두가 바쁜 때에 사고를 당해 정말로 앞길이 난감한 처지였다. 다행스럽게도 소식을 전해들은 교회 성도들은 나를 위해 합심하여 중보기도로 응원했고, 이런 간절한 기도의 힘은 하나님의 역사하심으로 나타났다. 

마침 생각지도 못했던 고등학교 동창으로 예전에 내가 입원한 병원에서 원장을 했던 친구의 적극적이고 정확한 협조는 모든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놀라운 효력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지체하지 않고 수술을 받았으며 수술 결과도 완벽하게 훌륭하였다. 그리고 병원에서 해주는 재활 치료도 놀라운 효과를 보여주어 모두가 놀라울 정도의 빠른 회복을 보여주었다. 

지금도 아직 완쾌가 되지는 않았고 불편하지만 일상생활도 할 수 있다. 이제 점점 회복되면서 내가 느끼는 감격은, 어떠한 어려움에 처해도 하나님은 언제나 기도하는 나의 편이 되어주시기에, 고난속에서도 감사의 제목을 찾아 기뻐함이 하나님의 뜻을 받드는 일임을 잊지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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