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으로 살아있다] 수술 전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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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은 한밤중. 건강을 잃고 나니 건강했던 날들이 뇌리에 더욱 강렬하다. 아쉬움의 본색이 그런 것이리라. 군 시절, 거친 야전 훈련을 받던 생각을 하니 내게 그런 날도 있었던가 아쉬움이 밀려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데 난 외양간을 고칠 수는 있을 것인지….

이제 내가 맞닥뜨린 싸움은 가파르다. 5년간의 지리한 밀고 당김을 일격에 끝내야 한다. 실패하면 더 이상의 싸움은 없다. 죽음뿐이다. 병실을 배정받았다. 뇌사 이식은 시간 게임이다. 뇌사 판정 후 10시간 내에 수술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간을 넘기면 제공되는 장기가 손상된다. 갑자기 간호사들이 분주하다. 환자복을 지급하고, 정맥주사를 달고, 검사용 혈액을 채취하고, 전신 면도를 시키고, 요오드 액을 주고 아내에게 전신 소독을 시키라고 한다. 한밤중 소란에 예민한 환자들이 잠에서 깨어 호기심으로 눈을 비빈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가 찾아왔다. 긴급 상황 발생으로 퇴근도 못 하고 밤을 새우는 모양이다.

퇴근한 수술진의 비상호출, 뇌사 판정과 수술 준비 과정, 잡다한 부수 행정을 모두 밤새 처리해야 한단다. 코디네이터가 아내에게 기증자의 신상을 뚱겨주었다. 기증자는 30대 초반의 남성이며 수술은 내일 아침 일찍 시작한다고 했다. 곧이어 집도의 김동구 박사님이 찾아오셨다. 김 박사님은 세 번째 입원 시 만난 적이 있다. 복수의 압력으로 밀려나온 배꼽이 풍선처럼 얇아져 결국 터지고 말았을 때다. 퐁퐁 솟아나는 복수가 서너 겹의 패드와 환자복, 침대 시트를 흥건히 적셔 난감한 응급상황이었다. 레지던트 몇몇을 대동하고 김 박사님이 상태를 직접 관찰하고 구멍 난 배꼽을 어떻게 봉합할 것인지 지시했다. 죽음의 발톱에 옳게 걸렸다고 염려하는 내게 그는 걱정 말라며 안심을 시켰다. 김 박사님이 이번 수술 과정을 설명했다. 수술은 12~13시간쯤 소요되고 자신과 병원 측에서는 최선을 다해 수술에 임하겠다고 한다. 수술 후에는 일주일 정도 중환자실 무균실에 격리되고, 후에는 1인 격리병실로 옮겨져 한 달 정도 지내게 될 것이라고 일러준다. 또 수술 후에는 내 몸에 링거액과 산소마스크, 담즙 배출관, 소변 주머니 그리고 갖가지 측정 기기가 수십 개 연결될 것이고, 이 ‘생명줄’들은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하나씩 제거된다고 자상하게 설명한다. 이런 불편을 환자가 인내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인다. (다음호 계속)

김은진 목사

•홀여성선교회 회장

•마곡성은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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