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경영] 은퇴 남편과 갱년기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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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가 축복과 재앙의 갈림길이 되기도 한다. 은퇴와 더불어 가정불화가 커지기도 한다. 회사 인간이었던 50대 남성들이 퇴직 후 연어처럼 가정 회귀병(兵)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아내 지향적 남편으로 바뀐다. 이 무렵 아내들은 폐경기를 겪거나 후유증을 앓기도 한다.
신체적으로 여러 가지 변화와 증상이 나타난다. 심리적으로 우울하기도 하고 감정의 기복도 심하다. 내 마음대로 내 감정을 컨트롤할 수가 없다. 나빠서가 아니다.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누구나 겪는 것이다. 그래서 은퇴 남편과 갱년기 아내가 겹치며 심리적 차이 때문에 부딪치고 갈등하게 된다. 부부 사이가 평소 좋았다면 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오히려 서로 더 밀착하게 되고 의지하게 된다. 그러나 그동안 상처와 갈등 속에서 살아왔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은퇴와 더불어 잠재해 왔던 감정이나 갈등이 폭발하여 파국을 맞기도 한다.
한때 ‘은퇴이혼 급증’이란 화두가 일본에 세차게 불기도 했다. 1년에 몇 천 명의 남자들이 은퇴와 더불어 직장과 가정에서 내몰리는 신세가 되었다. 억울하지만 때를 기다리며 참고 살아오던 아내들이 은퇴와 더불어 이혼을 제기한 것이다. 이혼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초청장이 아니다. 결혼 초부터 시작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평소 잠복해오다가 어느 시점에 분출하여 터져 나오는 것이다. 문제가 없어서 살아온 것이 아니다. 문제가 있음에도 낳아 놓은 자식 때문에 참고, 사회적 체면이나 시선 때문에 참고 기다려 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외부 지향적이고 일 중심적일 수 있다. 특히 목표지향적인 사람일수록 평생 일 중심으로 살아왔다. 성공을 향해 내달렸던 젊은 시절엔 아내도 자녀들도 보이지 않았다. 평생 밖으로만 돌다가 집에 들어앉으니 허전하고 답답하고 쓸쓸하다. 그렇다고 아내가 예전처럼 고분고분하지도 않다. 데면데면하다. 최선을 다해 살았고 어느 정도 성취는 했지만 현재는 그것들을 다 내려놓은 상태다. 상실감과 소외감, 고독감, 단절감에 우울하다. 매일 나가던 일터가 없다는 것은 삶의 의미마저 송두리째 사라지는 가장 큰 상실이다. 은퇴남편 트라우마로 일종의 심리적 공황기를 맞이하게 된다. 은퇴 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기력이 쇠약해지거나 폭삭 늙기도 한다. 심지어 요절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은퇴 후 1년은 심리적 크레바스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아내는 아내대로 힘든 시기이기도 하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갱년기엔 남편을 보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 남편이 괜히 얄밉다. 난 이렇게 힘든데 저 인간이 이제 힘들게 하네. 남편은 이런 아내에게 공감을 주지 못한다. “당신 뭐 때문에 요새 입을 쭉 내밀고 있어? 도대체 뭐가 불만이야?” 이랬다가는 사달이 난다. 아니 혼밥을 먹어야 한다.
‘은퇴 남편과 갱년기 아내’ 서로에게 정서적 공감과 위로가 절실히 필요한 인생의 변곡점이다.

두상달 장로
• 국내1호 부부 강사
• 사)가정문화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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