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 “새로운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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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확보에 사실상 실패한 정부를 향한 비판여론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이 뭔가 해명을 할 때마다 비판 여론에 기름을 끼얹는 모양새다. 백신을 일찌감치 넉넉하게 확보해서 이미 접종을 시작하는 나라들에 우리가 끼지 못했다는 단 한 가지 사실이 정부의 여러 변명과 항변을 더 궁색하게 만들고 있다. 문 대통령이 백신 확보를 게을리 한 정부 관계자들을 질책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리더십이 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여태까지 진척이 없다가 이런 상황까지 만들었냐는 취지로 참모들을 질책했다는데 좀 어리둥절하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원전까지 신속하게 폐쇄하는 공무원들이 대통령의 지시를 여러 차례 어겼다고는 도저히 믿기질 않는다.

결국 대통령의 지시가 잘못됐거나 필요할 때 지시가 없었다는 쪽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질책에서는 최고지도자의 책임의식 부재가 느껴진다. 막스 베버는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잣대로 신념윤리와 책임 윤리라는 두 가지 대조적인 개념을 역설한 바 있다. 신념윤리에 집착한 정치인을 신념의 실현 그 자체에만 가치를 두기 때문에 신념 실현의 결과가 처음 의도와 다를 때는 그 책임을 어리석은 세상 탓으로 돌린다. 반면에 책임윤리에 충실한 정치인은 이념과 가치실현도 중요하지만 타협적이고 현실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고 결과에 책임지는 태도를 보인다. 책임 윤리를 망각하는 순간 정치인의 신념은 이미 좌절된 신념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책임윤리에 우선적인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의 최고 덕목은 공감을 앞세운 설득 능력이다. 물론 여기서 설득 대상은 자신에 대한 지지자 뿐 아니라 반대자까지 포함된다. 하지만 신념윤리만 앞세우는 지도자는 지지자들을 동원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데만 집중한다. 반대 의견을 가진 집단까지 설득해 지지하도록 만드는 통합의 리더십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러한 통합의 리더십, 설득의 리더십의 요체가 바로 공감과 책임윤리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책임윤리가 부족한 리더십, 구시대 유물같은 리더십을 따라야 하는 처지다. 현재 문 대통령의 리더십은 책임윤리는 없이 신념윤리만 내세우고 반대자에 대한 설득 대신 지지자 결속을 통해 정권 유지를 꾀하는 독선적 리더십이다.

금년은 또다시 정치의 해다. 4월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승패가 판가름나면 정치권은 바로 2022년 대선을 향해 달려간다. 이 정권 들어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든지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정치 일정표상 우리는 다시 제왕적 대통령을 뽑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안보관계, 핵발전소 문제는 모두 나라를 망치려는 전근대성 주장이 아닌가. 또 전 대통령 2명 모두 20여년을 살게 한 것도 너무 잔인한 것이 아닌가. 사랑과 겸손, 패기와 낭만의 정치는 이 땅에 없는 것인가. 무슨 일이 있든지 우리 헌법이 표방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시장경제는 꼭 지켜나가야 한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통령 선거가 제대로 된 바탕 위에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 나서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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