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본 삶의 현장] 조선대학교 부속 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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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58년 4월 초 조선대학교 부속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게 되었다. 용돈이 궁해 너무 힘들 때 그 학교의 신 교장이 국어 강사라도 하지 않겠느냐고 해서 덥석 받아들였다. 전남일보(全南日報)나 광주신보(光州新報)에 가끔 글을 실어 문학에 소질이 있다고 인정한 모양이었다. 한두 주 나가고 있으니 ‘준이 어머니’가 나를 불렀다.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저녁 늦게 돌아오는데 어디 직장이 생겼느냐, 아니면 애인이 다시 광주에 왔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가정교사를 그만둘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부속 중학에 강사로 나가게 된 것을 밝히고 애들에게는 공부할 문제만 내주고 저녁 식사 후 가르치는 일을 당분간 하기로 했다. 강사 봉급이 너무 적어 하숙을 찾기도 힘들었는데 신 교장 문간채에 방을 세로 내주겠다고 해서 거기서 기차 통학을 하는 셋째 동생과 함께 자취하게 되었다. 가련하게도 내 한 달 강사료는 방세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오랜만에 직장을 가졌다는 기쁨이 있었고 또 동생을 데리고 있어 그가 기차 통학을 하지 않고 함께 지내게 되었다는 것만으로 기뻤다. 처음으로 60명이나 되는 중학생 앞에서 가르치게 된 것이 얼마나 기쁜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것은 피곤한 노동이었다. 나는 전교생을 맡아 작문 지도만 하는 것이었다. 교과서도 없이 나는 강의실에 가면 글짓기 제목을 나누어주고 글짓기를 시켰다. 그런데 제목을 받은 학생들은 글은 쓰지 않고 다른 학생이 어떻게 쓰는지 어깨너머로 훔쳐보고 또 열심인 학생은 자기 글을 숨기려고 실내가 늘 시끄러웠다. 그들은 머리가 비어 있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나의 어머니’라는 글짓기 제목을 주면 먼저 학생들에게 자기 어머니에 관해 이야기를 시켰다. 두세 사람 발표하고 나면 그제야 자기 어머니에 관한 생각이 겨우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그때부터 글짓기를 시키는 것이다. 어떤 애는 자기 형에 관해 썼는데 형이 군에서 휴가를 나왔는데 얼마나 기뻐하는지 돼지가 우리를 빠져나와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고 쓴 일도 있었다. 그럼 다음 시간에 그 애를 칭찬하고 앞에 나와 글을 읽게 한다. 그리고 서로 이 작문에 대해 느낌을 이야기한다. 형의 기쁨을 잘 비유했는데 돼지는 너무 심했다고 이야기한다. 

처음으로 학교신문을 만들어 여름방학 시작할 때 나누어 주고 귀가시키려 했는데 신문사에서 인쇄가 빨리 끝나지 않은 일이 있었다. 교장은 방학으로 귀가하려는 학생들을 운동장에 집합시키고 훈시하는데 신문이 도착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분은 내 약속을 믿고 신문이 도착하기까지 계속 훈시를 하고 있던 때도 있었다. 

졸업반 학생들에게는 방학 동안에 영어특강을 했다. 이 특강은 반드시 외래강사라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정식 교사가 아니어서 외래강사라고 교장은 영어특강을 나에게 맡겨 준 일도 있었다. 강사로 채용해서 너무 보수가 적어 도와주려던 배려였다고 생각한다. 이 학교는 그래도 내 직장이라고 명함을 내놓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봉급을 제때 준 적이 없었다. 어떤 때는 3개월도 안 주고 미루는 적도 있었다. 봉급날은 용케도 알아서 외상값 받으려는 사람들이 밀려오곤 했다. 그 뒤 나는 늘 빚을 구걸하고 다녀야 했다. 마지막 보루는 어머니에게 손을 내미는 일었다. 말하자면 이 학교에서의 내 몰골은 영화 촬영장의 세트 같아서 앞에서 보면 멀쩡한데 뒤는 지저분하고 허접한 그런 상태였다. 대학 진학의 꿈은 주간대학에서 야간대학으로 바뀌었다. 등록금 마련이 안 되어 대전의 외숙에게 편지를 띄웠다. 그러나 답이 없었다. 그런 가운데 이번에도 신춘문예에 투고하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경험도, 시야도, 스케일도 너무 편협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체험한 제3부두의 이야기를 써볼 생각이었다. 나는 중등교원양성소 시절부터 풋내기로 신춘문예에 투고는 하고 있었지만, 번번이 낙방이었다. 후에 나는 이런 연단이 소망을 이루는 것(롬 5:4)을 깨달았다.

오승재 장로 

•소설가

•한남대학교 명예교수

•오정교회

오승재 장로 <seungjaeoh@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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