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명의 빛으로 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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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의 심각한 진영 대립으로 인한 사회 갈등은 현기증을 느낄 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사실 이번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는 인물 싸움이 아니라 진영싸움이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갈등 1위로 ‘공인’을 받았다는 주장이 있다고 하니 참 걱정스럽고 부끄럽기도 하다. 심각한 좌우 진영대립이 선거가 끝나고 패한 측이 일단은 승복하고 또 양 진영 모두가 사회 통합을 주장하여 잠시 갈등이 완화되는 것 같았으나 권력을 잃은 측이 아쉬움과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고 앞으로 지방선거까지 있으니 기선을 뺏기지 않으려는 심각한 저항이 예상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있는 권력도 무너뜨린 성공(?) 사례에 대한 향수를 떨쳐 버리기 힘들 것이니 이들의 성향상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벌써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빌미로 여기 저기 갈등이 시작되는 것을 보면 정권 교체기의 정국이 더욱더 어렵게 되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교회 그리고 교회 지도자들의 문제이다.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고 또 교회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 갈등을 완화시키고 봉합하여 통합을 이루는 일임을 잘 알고 그렇게들 주장을 하면서도 실제로는 교회나 지도자들이 사회 통합에 아무 역할도 못하고 도리어 어느 한 편에 서서 갈등을 부추기고 갈등을 심화 시키는 당사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선거 기간 동안 보여준 한국교회의 진영 대립은 한국 교회사에 부끄러운 한 면으로 남을 것이다. 정권수호나 정권교체를 자신들의 신앙 수호를 위한 최대 과제처럼 생각하여 대립하고, 어떤 인물이냐 보다는 어떤 진영이냐가 가치판단의 기준이 된 것이다. 그것이 교회 내의 어떤 전문적인 정치 세력들만의 편향된 논리나 주장이 아니라 평소 교계에서 존경받던 목회자들이나 신학자들까지 진영대립의 중심에 서고 갈등의 당사자가 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순수한 애국심이나 나라를 걱정하며 기도하던 순진한 성도들의 가슴을 마구 무너뜨렸다. 그것이 자신의 신앙적 소신의 발로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편향된 소신에 매몰된 교회 지도자들을 바라보는 성도들은 치유되기 힘든 상처를 입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문제는 이미 선거가 끝난, 그래서 이제 한 마음으로 나라를 세워나가야 할 지금까지도 이 진영논리에 발을 빼지 못하고 혼란한 정국을 부추기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정권이 교체되었고 곧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는데 이제는 교회가 본연의 사명으로  돌아가야 한다. 교회 스스로가 진영의 굴레에서 자유 해야 한다. 각박한 현실(좌우 갈등)에 매몰되어 갈등의 한 축을 담당하지 말고 모두가 함께 따라갈 가치기준을 제시하여야 한다. 말 아래 내려놓았던 등불을 다시 등경 위에 세워야 한다. 자기 진영을 비추기 위하여 다른 진영의 그늘을 만드는 그런 편향된 빛이 아니라 모두를 비추는 생명의 빛으로 서야 한다. 진영 갈등의 당사자가 아니라 모든 진영을 통합하여 함께 따라갈 절대 가치를 보여 주어야 한다. 물론 교회 지도자들도 각자가 선호하는 진영이나 가치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애국심이나 신앙의 신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교회 지도자들은 시대사조나 정치 성향의 비교 우위가 아니라 신앙의 절대가치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를 위한 가치, 어떤 진영, 어떤 사람도 수긍할 수 있는 신앙의 절대 가치를 보여 주어야 한다. 그래서 체제나 제도 혹은 정체에 속할 것이 아니라 그 모두를 초월할 수 있는 생명의 빛으로 서야  한다. 

사순절이 깊어 간다.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눅 22:42)라고 피땀을 흘리며 기도하신 주님의 길이 교회 지도자들이 따라가야 할 길이다. 자신의 신념이나 성향 그리고 자신의 정치 논리에 충실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하나님의 뜻에 충실해야 한다. 그늘을 만들지 않는 절대적 생명의 빛으로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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