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여름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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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여름을 싫어한다. 그런데 나는 여름이 좋다. 우리말에 네 계절을 가리키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어감이 다 좋은 것은 우리말이라서 이겠지만 그중에도 여름은 소리내기도 듣기도 다 즐겁다. 여름은 열매와 어원이 같다는 설명도 있는데 여름에 오곡백과가 물을 받아 살이 오르고 뜨거운 햇볕으로 익어 가을에 수확하게 되는 것이니 같은 말이 두 가지 뜻을 담게 되었나 보다. 

“불휘 기픈 남간 바라메 아니 뭴세 곶됴코 여름 하나니…” 우리말로 쓰인 첫 왕조 찬양시 용비어천가 둘째 장 첫 대목인데 현대어로 옮기면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니 꽃이 아름답고 열매가 많으니” 이다. 여기에서 여름은 바로 열매라 위의 설명이 증명되는 셈이다. 농업사회에서 작물마다 소출이 많아 풍년을 이루는 것보다 더 바랄 것이 없으니 백성의 가장 큰 소원이 여기 담겨 있다.

올 봄은 많이 가물어 큰 산불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농민들의 시름이 컸는데 6월 중순 해갈이 되고 이젠 장마철이다. 도시를 벗어나 들판을 돌아보면 논에서 푸른 벼포기들이 자라며 산지의 수목들과 녹색을 겨룬다. 초록은 생명의 빛깔이요 푸르름은 여름을 대표한다. 봄의 연두색이 나날이 짙어져 당당한 신록으로 변해 왕성한 탄소동화작용으로 여름을 지내고 차츰 노란색을 띄우며 결실로 들어간다. 여름은 인생에 대비하면 청춘이요 성숙의 시간이다. 덥다고 여름을 싫어하면 안된다.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은 더 더워지고 사람의 체온 섭씨36도를 훌쩍 넘겨 40도를 넘나드는 날들을 7, 8월에 겪게 될 것이다. 뙤약볕 아래서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도시에서는 이제 에어컨이 안되는 공간을 만나기 어렵다. 공원의 공중화장실에서마저 에어컨이 빵빵 터지고 대중교통안이 너무 춥다고 여인들은 긴 소매 옷을 갖춰 외출한다. 그래도 여름에는 땀을 흘려야 사는 맛이 있다. 땀만큼 에너지의 발산으로 생명력 자체를 증거하는 생리작용이 따로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봄부터 코로나19 예방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들이 풀려 교회마다 대면예배를 다시 드리고 예배당이 성도들로 가득차서 너나없이 즐거운 모습이다. 마스크를 써서 사람 알아보기가 쉽지 않은데도 이름을 부르며 달려와 길게는 2년만에 다시 만나는 반가움을 함박웃음으로 표시한다. 서로 마스크를 내려보라고 하며 어딘가 변한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그러는 중에 더욱 고맙고 기쁜 광경을 지난 주 예배 후에 만났다. 

대학부 젊은이들이 모두 분홍색 티셔츠들을 맞춰 입고 계단아래 둘러서서 신나게 찬양을 부르며 작은 플라스틱 부채들을 교인들에게 나눠드린다. 몇 사람은 헌금함 상자를 들고서 자기네 여름 사역의 경비에 기부를 받고 있다. 이게 얼마만인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대학부와 청년부의 여름 단기 사역이 없었고 아예 예배도 온라인으로 드리지 않았던가. 얼핏 들으니 인도네시아인가 어느 동남아 지역 선교사와 연결해 오지에 전도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한다. 전에 하던 대로 국내 지방으로 말씀사역도 나갈 것이다.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든 이들의 단체활동은 신앙인으로서의 ‘기초체력’을 쌓는데 필수적인 체험이 되고 교회에 대한 사랑의 ‘여름’을 맺는 여름시간이 될 것이다. 이들을 보시고 예수님도 몹시 기뻐하시리라.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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