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이야기] 바누아투 한 할머니의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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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에 바누아투라는 83개의 섬들로 구성된 작은 섬나라가 있다. 오랫동안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인구는 약 30만 명 정도 된다. 경제적으로는 최빈국 중의 하나다. 

이곳에서 선교를 하는 목사님의 초청으로 몇몇 선교지를 방문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바누아투 사람들의 삶은 더 피폐했다. 수도인 포트빌라라는 조그만 도시를 벗어나 10여 분만 차로 가면 산속 곳곳에서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으로 착각할 만큼 열악한 그들의 삶을 볼 수 있다. 움막을 짓고 주로 과일이나 나무뿌리 등을 캐서 주식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태풍이라도 한번 몰아치면 먹을 것이 없어 많은 고통을 당하곤 했다. 

나는 그들을 돕기 위해 현지 선교사님과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마을에 교회를 지어 주고, 조그만 교실들을 지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곳의 마을과 마을 사이에 냇가들이 있는데, 비가 오면 물이 불어서 왕래가 불가능해 오랜 시간 고립된 삶을 살아야 하는 곳도 있었다. 500여 명이 사는 마을에서는 폭우가 한번 쏟아지면 물이 빠지기만을 며칠 동안 강 건너에서 기다리곤 했다. 매일매일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머리에 큰 짐을 이고 힘겹게 강을 건너는 그분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 하면 그곳에 다리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하는 간절한 소원이 생겼다. 다리 건설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었으니 하나님께 간절히 지혜를 구해 약 5개월 만에 아름다운 다리를 건설했다. 다리 개통일은 큰 축제였다. 전임 수상과 장관들이 와서 축사를 하고 함께 하나님께 예배를 올렸다. 

이렇게 하나하나 그분들의 삶의 질을 높여 주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내게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어느 마을을 방문했을 때에 현지 선교사님이 그곳에 살던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평생 극한 가난 속에 살다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죽기 전에 이런 유언을 하셨다고 했다. 

“내가 죽기 전에 쌀밥 한번 먹고 죽는 것이 소원입니다.”

이 말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6.25 전쟁 직후 태어나 누구보다 배고픔을 겪어온 내게 이 한마디의 말이 가슴에 맺혔다. 그날 이후 나는 어려운 이들에게 양식을 나누는 일에 온 마음을 기울이게 되었다. 매번 그곳에 방문할 때마다 쌀을 700포대 정도 싣고 마을이 있는 산속들을 찾아다녔다. 쌀 한 포대를 들고 행복해 하는 그분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도 우리의 가장 큰 사역은 기아지역의 굶주린 분들에게 양식을 나누는 일이다. 

‘선한 일꾼을 찾습니다’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양식을 나누어 줄 현지 선교사님들을 찾아 그들과 함께 양식을 나누고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등 30여 곳이 넘는 기아지역과 난민수용소 등에 계속 양식을 보내고 있다. 육신의 양식을 통해 영원한 양식 되신 주님을 소개할 수 있는 이 일이 얼마나 복되고 감사한지 모른다.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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