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예수맘행복교회 이희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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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에게 복음 전하던 인도 선교사, 이제는 노숙인과 함께

노숙인과 같이 먹고 자고 생활하며 전하는 대속의 은혜

노숙인과 함께 먹고 자면서 사역하는 목사가 있다고 해서 만났다. 예수맘행복교회 이희운 목사다. 2022년 이 목사가 개척한 예수맘행복교회는 순화공원에서 매일 새벽예배를 드리고 남대문시장 근처에서 주일예배를 드린다. 어느 날은 이 목사 혼자일 때도 있고, 두세 명일 때도 있고, 가장 많이 모인 날은 여덟 명까지 있었다.
지난 1월 서울역에서 만난 이희운 목사는 서울역 광장에서 서소문역사공원, 남대문지하도로 이어지는 노숙인들의 거처를 보여주면서 노숙인 사역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었다.
“주님의 뜻을 알기 위해 40일 동안 예수님처럼 노숙을 하면서 기도하겠다 마음 먹고 노숙을 시작했지요. ‘길먹잠 기도’라고 이름 붙였어요. 길에서 먹고 자며 기도한다는 뜻이에요. 40일 기도를 마치고 나서도 확신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날이 추운 동절기에 다시 한번 기도해보자 하고는 노숙을 또 시작했지요. 첫째 날 잠자리를 찾으면서 서울역을 지나고 있는데 노숙인 한 분께서 ‘목사님 내 옆에서 자요’라고 하질 않겠어요. 내가 목사인 줄 어떻게 알고 이 사람이 내게 목사라 부를까 깜짝 놀랐지요. 주님의 사인이라 받아들였어요.”
그 사이 고향 친구 하나는 이 목사에게 같이 교회를 개척하자고 제안했지만 이희운 목사는 노숙인 사역에 대한 주님의 뜻을 구하느라 그 청을 보류했다. 그러던 중 함께 숙식하던 노숙인이 자신이 예전에 교회에서 집사 직분까지 받았다며, 이 목사가 무엇을 하든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이 목사는 노숙인과 함께하기로 했다.
이 목사는 노숙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부활주일이던 4월 17일 예수맘행복교회 창립예배를 드리고는 한동안 고시원에서 지냈다. 그러다 임시거처이기는 하지만 얼마 전 한국희년재단을 통해 작은 보금자리가 제공돼 지금은 그곳에서 지낸다. ‘형제의 집’이라 이름 붙였다. 노숙할 때는 노숙인들과 같이 무료급식소를 찾아다니며 끼니를 해결했고 고시원에서는 햇반을 데워 먹었다. 지금은 같이 지내고 있는 노숙인 형제들과 함께 밥을 해먹기도 하고 혼자 먹기도 한다.
“(노숙인들은) 약속 안 지키기를 매일 반복해요. 오늘도 만나기로 했었는데…. 노숙인들과 함께 지내려면 늘 거절당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해요. 이곳 ‘형제의 집’에서 두 노숙인과 함께 지내고 있는데, 두 분이 사이가 좋지 않으세요. 그래서 내가 두 분 사이에서 자요. 장기노숙인들은 노숙을 하다가, 노숙인을 돕는 기관이 운영하는 쉼터에 들어갔다가, 고시원에서 지내다가, 다시 노숙하는 생활을 계속 반복하세요. 이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그 방법은 부활의 예수를 만나 대속의 은혜를 깨닫는 것밖에 없어요.”
이희운 목사의 노숙인 사역은 사실 IMF 이전부터 시작됐다. 소년원 출신의 무의탁 재소자 둘과 함께 살면서 목회했다. IMF로 우리 사회에서 노숙인들이 많아지면서 이희운 목사는 운영하고 있던 어린이집을 노숙인 쉼터로 바꾸고 노숙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자활을 도왔다.
그러다 2004년 인도 벵갈루루 지역으로 선교를 떠났다. 후원처도 없이 무작정 인도로 향했다. ‘카스트’라는 계급 제도가 엄격한 인도 사회에서 이희운 목사는 불가촉천민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했다. 불가촉천민은 카스트 안에조차 포함되지 못한, 인도사회에서 가장 낮은 계급의 사람들이다. 역시 그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잠을 잤다. 이 목사는 천민이라는 계급이 아닌 하나님의 형상으로 자신을 보는 열린 눈을 가질 수 있도록 이들을 도왔다.
하지만 인도 선교 20년 서약을 채우지 못한 채 2017년 이 목사는 추방당했다. 사역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선교의 길이 막혀 인도를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이 깊었지만 그가 없는 시간 동안 하나님께서 그들을 인도하고 계시다는 것을 이 목사는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가 뿌린 복음의 씨앗이 움을 틔우고 있는 것이다. 인도는 현재 경제 성장과 더불어 기독교인의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이희운 목사는 노숙인들을 보면 이사야 52~53장이 전하는 고난받는 종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리고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하기를 심판하여 이길 때까지 하리니”라는 마태복음(12:20) 말씀을 노숙인 사역의 핵심 말씀으로 삼았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물으니 이 목사는 “글쎄 모르겠다. 그저 말씀과 기도로 순종하고 실천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뿐”이라는 당연한 듯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답을 들려주었다.
모쪼록 이희운 목사의 건강을 지켜주시길, 그가 만나는 모든 노숙인들에게 대속의 은혜와 성령의 인도가 있기를 기도한다.
/한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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