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의 생활신앙] 아버님과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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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과 협력(父精母血)에 의해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났다. 물론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과 축복 위에서 된 일이다. 아무리 남편과 아내가 노력하고 협력해도 새아기가 태어나지 않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호칭으로는 ‘아버님’과 ‘아빠’도 있다. 낳아주신 아버지는 아버님, 아버지, 아빠 등 어떻게 불러도 좋다. 그러나 시아버지(father-in-law)를 ‘아빠’라고 부르는 것은 어색하고 어렵기도 하다. 아마도 ‘아버님’이라 부르는 게 자연스럽다. 친아버지와 시아버지, 친아버지와 장인의 차이가 될 것이다. 아버지는 대개 엄한 모습이 특징이다(嚴父). 규칙을 정해두고 잘못했을 때 시정 내지는 징벌권을 행사하는 쪽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그 자녀들은 ‘외로운 사람’(孤子)으로 불린다. 그런데 아버지의 사랑이 더 진하다고 한다. 흔히 ‘김 안나는 물이 더 뜨겁다’는 말로 아버지의 속깊은 사랑을 표현한다. 말없이 눈물을 삼키는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자녀가 늦게 들어오면 어머니는 말로 걱정을 하고 아버지는 말없이 현관을 바라봄으로 걱정을 한다. 자녀들이 아버지를 가장 가깝고 친밀하게 부를 때의 호칭이 “아빠”다. 똑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성경에도 ‘아빠’로 부르게 하는 일이 있다. “여러분은 또 다시 두려움에 빠뜨리는 종살이의 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자녀로 삼으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영으로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릅니다”(롬8:15/God with a child like “What’s next, Papa”). “여러분은 자녀이므로 하나님께서 그 아들의 영을 우리의 마음에 보내주셔서 우리가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하셨습니다”(갈4:6/ Papa! Father!). 우리에게 영적 아버지인 하나님과 인적 아버지가 계시다는 것은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대통령, 장관, 판사, 검사라도 일단 가정에 들어와 자녀 앞에 서면 ‘아버지’, ‘아빠’일 뿐이다. 오직 父子有親만 있을 뿐이다. 다음 시를 읽어보자.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느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는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김현승/ 아버지의 마음).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어버이지만 극진하기는 어머니가 우선이다. 옛 가사문학은 아버지 사랑을 ‘호미’로, 어머니의 사랑을 ‘낫’으로 비유한 게 있다. 두 날 중 낫이 더 예리하다는 비교를 통해 어머니의 사랑을 우선으로 말했다(慈母). 불교에서는 10개 항의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통해 한 인간의 잉태, 출산, 육아 과정에서 어머니의 희생봉사를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나의 대학시절 국문학개론을 가르쳐준 황희영(黃希榮) 교수님의 시조를 읽어보자. “어머니/ 어머니는 날 낳으셨습니다/ 푸른 산 흰 강물 위 햇살이 휘살려/ 가는 하늘이 만드오신 땅 내가 살을/ 이 나라에// 어머니/ 어머니는 날 키우셨습니다/ 보릿고개 긴긴 해에 야윈가슴 빨리시고/ 추운날 잠 못이룰 밤엔 등에 업고 새셨소// 어머니/ 어머니는 날 사랑하셨습니다/ 명절이면 새 옷입혀 날 자랑시키시고/ 석양엔 대문에 서시어 내이름 부르셨소// 어머니/ 어머니는 엄위하셨습니다/ 글공부 게으름 필 땐 종아리를 때리시고/ 내 눈에 기상이 흐리면 종일 말이 없으셨소// 어머니/ 어머니는 아름다우셨습니다/ 동백꽃 피며는 거울 앞에 앉으시고/ 앞산에 학이 나르면 춤도 둥실 추셨소// 어머니/ 어머니는 외로우셨습니다/ 달밤이면 문을 열고 잠 못이루시고/ 한가위 산에 가시면 국화 옆에서 우셨소// 어머니/ 어머니는 슬기로우셨습니다/ 나라가 어지러울땐, 글 배우라 하시고/ 마음이 어지러울땐 별을 보라 하셨소// 어머니/ 어머니는 내 마음의 별이 외다/ 메밀꽃 필 무렵에 고요히 가셨으나/ 마음에 남기오신 빛 어이 사라지오니까”(황희영/어머니).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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