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주 날 불러 이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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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애창하는 찬송가 329장 <주 날 불러 이르소서>는 본래 찬송가로 작곡된 멜로디가 아니었다. 이 찬송은 기악곡의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서 찬송가를 만든 것이다. 찬송가 <주 날 불러 이르소서>의 멜로디의 출처는 유명한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이 1839년에 완성한 피아노작품인 <야상곡모음>(Nachtstücke, Op.23)의 네 번째 곡을 편곡한 것이다. 

작곡자 로베르트 슈만은 독일의 대표적인 낭만파 작곡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부인이었던 클라라 슈만과의 사랑 이야기도 유명하다. 클라라의 아버지가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자 슈만은 소송을 걸어서 승소한 후에 클라라와 결혼을 하였다. 슈만은 정신병을 앓고 있었는데 이 병이 심해져서 46세를 일기로 정신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슈만의 생애나 작품은 기독교의 신앙과는 별 상관이 없었다. 그는 <야상곡모음>이라는 곡을 만들면서 4개의 작은 작품에 각각 이름을 붙이려고 했는데, ‘장송 행진곡’, ‘이상한 동반’, ‘밤의 축제’, ‘목소리들하고만 추는 원무’같은 제목들이다. 그의 정신적 공황 상태를 잘 나타내주는 표제들이다. 나중에 <주 날 불러 이르소서>의 멜로디가 되는 네 번째 곡에는 그냥 독일어로 Einfach(단순함)이라는 메모를 남겼다. 이렇게 기독교의 신앙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이 멜로디가 신앙적인 가사를 동반하여 진지한 소명을 노래하는 찬송가로 변모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배울 것이 있다. 첫째로, 음악에서의 멜로디는 만든 사람이나 어떤 환경에 구속되지 않고, 그 자체로서의 독립성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비 신앙적인 멜로디가 찬송가의 곡조로 사용된 예는 아주 많이 있다. 둘째로, 음악은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세상적인 음악이 변하여 신앙적인 음악이 되기도 하고, 교회의 노래가 세상적인 노래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셋째로, 이 찬송은 세상적인 멜로디가 교회적인 가사를 만나 세상과 교회가 음악을 통하여 소통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교회의 노래였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세상의 노래로 통용되는 경우도 있다. 넷째로, 이 찬송가는 목회자의 헌신이 아닌 평신도들의 헌신을 위한 찬송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헌신에는 목회자와 평신도의 구분이 없다. 

“주 날 불러 이르소서 말씀대로 전하리라/ 나 주님의 뜻을 따라 길 잃은 양 찾으리다.” 이 가사에 이만큼 잘 어울리는 멜로디는 다시 만들 수 없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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