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카이로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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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자기반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 없이 본능에 의해 살아간다. 인간은 끊임없는 자기반성을 통하여 삶의 질을 개선해왔고, 문명화된 세계를 만들어냈다. 인간은 역사를 정리할 줄 아는 유일한 존재이다. 자신의 살아온 과거의 시간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삶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통하여 인간은 엄청난 지식을 축적하게 되었고, 이를 통하여 다른 피조물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과학과 윤리와 예술을 발전시켰다.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는 송구영신의 계절이다. 즉 면면히 흐르는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서 또 하나의 카이로스의 순간을 맞게 되었다. 크고 작은 시간의 매듭을 만나면서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반성이다. 자신의 삶의 발자취를 정리하는 일이다. 그리고 자신을 조용히 관찰하는 일이다. 

겸손히 살라고 주님이 말씀하셨는데, 자랑하고 과시하고 자기선전에 집착하면서 살아온 한해는 아니었는지 생각해야 하겠다. 주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면서 본을 보이신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남에게 나의 발을 대면서 씻겨달라고 높은 자세로 살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볼 시간이다. 돈을 좋아하지 말고 가진 바를 족한 줄로 알라고 하신 말씀을 읽었지만 여전히 돈에 눈이 먼 채 예수를 판 유다의 역할을 하지는 않았는지 뒤돌아볼 일이다. 죽도록 충성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삯꾼으로 하나님의 일을 통해 자기 유익을 도모하며 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주님의 종’이라는 말은 주님의 노예(둘로스)라는 말이다. 그런데 어느덧 종이 주인의 자리를 꿰차고 다른 사람을 종처럼 부려먹었을 수도 있다. 잔치의 상석에 앉지 말라고 하신 진짜 주인의 말씀을 들은 척도 안하고 으레 높은 자리에 앉아야 속이 편한 위선자로 살았을 수도 있다. 자칭 세례요한이 되어 동료 목회자와 교인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비판하고 죄인으로 정죄하였지만 정작 자신은 또 다른 면에서 돈을 챙기고 권력을 탐하고 명예에 놓지 않고 살았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추하게 늙어가고 있다. 자기반성 없이 욕심에 끌려 동물처럼 살아가기 때문이다. 시간은 매듭 없이 흘러가지만 한 해를 구분해 주시는 하나님의 의도는 반성할 기회를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 아버지 앞에 고개 숙인 채 우리의 모습 이대로 반성하고 새 결단으로 무장하는 송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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