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선교-소명의 사이렌] 음악에서 찾는 하나님 나라의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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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주말 아침에 어느 호숫가 벤치에 앉아 아름다운 클래식 멜로디를 향취하며 스르르 눈을 감고 들어 본 추억이 있는가?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수많은 소리를 듣는다. 바람이 스치는 소리, 도시의 분주함, 그리고 때로는 서로의 마음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불협화음까지 말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 모든 소리 위에 질서와 조화를 더하시며, 우리를 하나님 나라의 하모니로 초대하신다.

얼마 전, 필자는 대한민국 공상자의 자격으로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 초대를 받아 공연장을 찾았다. 마렉 야노프스키의 지휘 아래 약 두 시간 동안 이어진 연주는 중세 독일의 깊은 낭만과 울림을 담아내며, 인간의 영혼 깊은 곳을 어루만지는 시간이었다. 각기 다른 악기들이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되는 그 장면은 하나님 나라의 질서를 눈으로 보는 듯한 감동이었다.

그러나 이번 공연은 단순한 문화 향유를 넘어, 필자 개인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자리였다. 소방관으로서 수많은 재난 현장을 지나왔고, 전신마취를 동반한 암 수술을 겪은 공무상 재해 승인자로서 보이지 않는 상처(외상 후 스트레스, PTSD)와 씨름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소방청 복지 지원 자리에 참석하게 된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치유의 통로였다.

바쁜 일정 속에서 저녁 식사도 하지 못한 채 공연장에 들어섰지만, 음악이 주는 깊은 울림은 육신의 허기를 잊게 했다. 공연이 끝난 후 식사를 하며, 단순한 끼니를 넘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회복의 은혜를 누리게 하심에 감사가 흘러나왔다.

성경은 이미 오래전부터 하나님을 찬양하는 음악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비파와 수금으로 여호와께 감사하고 열 줄 비파로 찬송할지어다”(시 33:2). 구약의 백성들은 비파와 수금, 소고와 같은 다양한 악기를 들고 하나님을 찬양했다. 이는 단순한 종교적 의식이 아니라, 모든 존재를 다해 하나님 나라의 하모니에 참여하는 행위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음계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음악적 언어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이는 인간이 만들어낸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께서 질서와 조화를 따라 세상에 부여하신 보편적 원리로 보여진다. 음악의 질서 속에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가 반영되어 있다.

더 나아가 요한계시록은 하늘의 예배를 이렇게 증언한다. “하나님의 거문고를 가지고 하나님의 종 모세의 노래와 어린 양의 노래를 불러”(계 15:2-3). 이는 하늘에서도 여전히 음악과 찬양이 존재하며, 하나님 나라가 영원한 하모니로 이루어진 공동체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이 땅에서 부르는 찬양은 곧 하늘의 찬양과 연결된 선율인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결코 하나의 소리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악기들이 서로 다른 음색과 역할을 가지고 있지만, 지휘자의 손길 아래 하나의 조화를 이룬다. 이는 교회의 모습이며 하나님 나라의 본질이다.

특히 소방관으로서 경험한 재난의 현장은 때로는 불협화음과 같았다. 생과 사가 교차하는 긴박한 순간들, 인간의 연약함과 한계를 절실히 느끼는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종종 혼돈과 무질서를 마주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모든 상황 속에서도 질서를 이루시는 분이시다.

서로를 향한 희생과 헌신이 있을 때, 비로소 공동체는 하나의 아름다운 음악으로 완성된다.

또한 음악에는 ‘조율’이 필요하다. 우리의 삶 역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기준에 맞춰야 한다. 말씀 앞에서 자신을 낮출 때,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음에 맞춰진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음악에는 쉼표가 있다. 쉼은 단순한 멈춤이 아니라 회복이다. PTSD로 지친 영혼에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쉼은 깊은 치유이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그날의 연주는 바로 그러한 쉼의 자리였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하모니를 완성하시는 분이시다. 십자가를 통해 깨어진 삶을 회복시키시고,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신다. 오늘 우리는 어떤 소리를 내며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하모니를 이루어가는 연주자들이다. KBS교향악단의 그날 연주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공상자로 살아가는 한 소방관의 삶에 들려주신 위로와 회복의 교향곡이었다. 그리고 그 울림은 지금도 마음 깊은 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하나님 나라의 하모니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 땅에서의 우리의 삶과 하늘에서의 영원한 찬양이 하나로 이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님 나라의 참된 음악 속에 거하게 될 것이다.

김성제 시인

<소방청 인천부평소방서, 재난과학박사, 우리응답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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