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의 생활신앙] 동시와 동요를 통한 어린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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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5월에만 동시를 읽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5월 5일 어린이 날, 5월 8일 어버이 날, 5월 15일 스승의 날, 5월 21일 부부의 날 등 교육과 청소년의 육성을 집중적으로 챙기는 달이고 보니 어린이들의 시선과 노래와 시를 읽어보고 싶다. 때묻지 않은 어린이의 마음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지금은 장성하여 뇌과학을 전공하여 응용수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에서 국방부연구를 수행중인 우리집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나에게 질문을 했다. “아빠, 서울이 산 위에 있어요?” “아니.” “그럼 왜 사람들이 서울로 ‘올라간다’고 해요?” 나는 ‘올라간다’는 말의 여러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 “고도가 높은 곳으로 옮겨가는것도 ‘올라간다’로 하고, 지방도시에서 중심도시(서울)로 가는것도 ‘올라간다’고 한단다.” 여하튼 어른들은 묻지 않을 질문을 어린이로서 한 것이다. 신선한 질문이라 생각했다. 이제 동시를 읽어보자. ①“도르르르 말리는/고사리손, 아기손/펴도 도로 말리는/고사리손, 아가손”(문삼석/아기손). ②“아가배꼽은/웃음단추지요/살짝만 눌러도 까르르르/웃음방울 펄펄 쏟아지지요”(문삼석/아가배꼽). ③“반짝 눈이 웃고/발름 코가웃고/방긋 입이 웃고/볼록 배가 웃고”(문삼석/아가웃음). ④“아가가 엎드리면/배가 되지요/두 손 두 발로/노를 젖지요”(문삼석/배가 되지요). ⑤“웃으면 갬/울면 흐림/우리집 기상대는/아가기상대”(문삼석/아가기상대). ⑥“소나기가 작은 북을 두드리듯, 토란 잎을 밟고 지나가고 나면/매미는 일제히 연주를 시작한다/호박 덩굴이 살금살금 기어가는, 울타리 너머로, 쑤욱 고개내민, 해바라기 씨앗이, 햇볕에 누우렇게 익은, 아버지 얼굴 같다/아까부터 장독대 곁 꽃밭에선, 봉숭아씨가 토록토록 여물고 있다”(오순택/여름 한낮에). ⑦“빨갛게 익었다. 고추처럼 익었다/여름한낮, 뙤약볕 받아먹고, 곱게 핀, 백일홍 꽃잎같은, 날개/파아란 하늘을 날며, 꽁지로 시를 쓴다”(오순택/고추잠자리). ⑧“과일나무처럼, 열매를 선사하지도 않고/훤칠하지도 않은, 소나무는//바늘같은 잎, 뭉텅이로 달고, 겨울에도 청청히, 하늘향해 기도하고/달빛이 묻으면, 은바늘····/햇빛이 묻으면, 금바늘····/소나무를 가만히 만져보면, 할아버지의 손등처럼 까슬한, 감촉/따스한 체온이 묻어나는 것 같다”(오순택/소나무). ⑨“연못은, 오선지/보슬비가 음표를 놓고 있다/연못은 푸른 색종이/물방개가 동그라미를 그린다”(오순택/연못Ⅰ). ⑩“나무는, 어제도 오늘도, 밭둑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새들이 넓은 들녘을 날아다니다가, 밤이되면, 마을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나무는, 가만히 생각에 잠기는, 버릇이 생겼다/해가 지고 나면, 한지에 먹물이 번지듯, 어둠이 나무의 모습을 지워버리면/나무는 지그시 눈을 감고, 마을로 내려가는 꿈을 꾼다”(오순택/꿈꾸는 나무). ⑪“아빠 발자국엔, 사랑이 고여있고/엄마 발자국엔, 알뜰함이 고여있고/내 발자국엔, 무엇이 고여있을까 아빠께 물었더니/생글생글 웃음이 고여있대요”(남진원/발자국Ⅰ). ⑫“물빛 파아란 봄날에, 나무가 포름포름, 연두색 말을 걸어온단다/남들이 말을 걸어오기전에 암암, 우리가 먼저 웃어야지”(남진원/얘들아 우리가 먼저). ⑬“하얀솜사탕, 솜사탕 먹으면, 커다랗던 솜사탕, 한입, 또 한입, 나도 몰라, 어느새 없어집니다/하얀솜사탕, 솜사탕을 먹으면, 주머니의 동전도, 한 개, 또 한 개, 나도 몰라, 어느새 없어집니다”(남진원/솜사탕). ⑭“선생님 발가락이 뾰족이 나왔어요, 실내화 신은 위에 새끼발가락, 우리들이 슬금슬금 보며 웃어도, 호호호, 선생님은 그것도 모른대요/선생님 발가락이 뾰족이 나왔어요, 새하얀 양말 새로 새끼발가락, 발가락도 빼꼼이 웃고 있는데, 호호호, 선생님은 그것도 모른대요”(남진원/선생님의 구멍난 양말). 나는 신문이나 잡지나 회사의 사보(홍보지)를 받아들면 그 안에 실려있는 시 한 편을 먼저 읽는다. 마치 만평이나 4컷만화를 먼저 보는 것과 같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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