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산에 오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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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산에 오를까? 어떤 유명 산악인에게 왜 산에 가느냐고 물으니 거기 산이 있으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사실 사람마다 다른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산속의 공기가 건강에 좋다고 하고, 혹은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자연을 즐기고 싶다고 할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등산의 힘든 과정이 꼭 인생길과 같고 고생 끝에 정성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을 맛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무엇보다도 높은 산 정상에 올랐을 때 탁 트인 시야가 주는 장엄함과 아름다움이 좋다. 꼭 산에 오르지 않더라도 자연의 장엄함을 경험할 기회는 많다. 해질녘 붉게 물든 서쪽 하늘의 낙조는 어떤가? 해가 진 후 별빛 가득한 밤하늘도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한다. 장엄한 자연을 대할 때마다 우리는 신비하고 두렵고 떨리면서도 매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만날 때 우리는 모두 시인이 되고 철학자가 된다. 예술과 철학과 같은 창조적 활동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장엄함과 신비에 대한 경외감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과학은 자연에 대해 많은 것을 밝혀냈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자연현상에 대해 이제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 밤과 낮, 계절이 순환하는 일부터 천체의 운행과 우주의 역사와 크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에 오를 때나 밤하늘을 바라볼 때 놀랍고 신비하고 두려운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은, 알고 이해하는 것과 영적인 깨달음은 다른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성과 과학과 지식은 알 수 있는 세계, 보이는 세계에서 끝이 난다. 그러나 우리의 영혼은 그 너머에 있는 광대한 세계, 표현 불가능하고 알 수 없는 신비의 세계를 직감적으로 느낀다. 

사실 매일의 단조로운 일상 중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세계의 존재를 부인하기 조차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책의 저자로 유명한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이다. 그는 또한 전투적인 무신론자이기도 한데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에서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과학적으로 분석해 볼 때 신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한다.

도킨스는 저명한 유대교 랍비 조나단 색스와의 대담 중에 그가 무신론자가 된 근본적인 이유를 드러내 보였다. 과학은 어떻게(how)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지만 종교는 왜(why)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랍비가 말하자 곧바로 도킨스는 왜라는 질문은 질문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우리는 왜 사는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이런 종류의 질문은 물을 수 없고 대답할 수도 없는 질문이라는 것이 무신론자의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에게는 이 질문이야말로 근본적으로 중요한 질문이며 이 질문이야말로 신앙으로 들어가는 출발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보이는 세계가 전부라고 믿는 사람은 결코 신앙의 깊은 세계를 경험할 수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잠시나마 산에 올라가 일상의 번잡함을 벗어나서 넓은 세계를 바라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서 광대한 자연에 비교할 때 자신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깨닫는 겸손함을 배우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음을 알고 이 세상을 만드신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까지 이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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