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Nowhere’가 아니라, ‘Now Her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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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강의실에서 기독교인과 비(非)기독교인 사이에 설전(舌戰)이 벌어졌습니다. 비기독교인이 칠판에 큰 글씨로 다음과 같이 써놓았습니다. “God is nowhere(하나님은 아무데도 계시지 않는다.)” 이를 본 기독교인이 ‘nowhere’라는 단어의 중간에 있는 ‘w’와 ‘h’사이에 “띄어쓰기 표시(v)’를 집어넣었습니다. 그러니까 ‘nowhere’라는 한 개의 단어가 ‘now here’라는 두개의 단어로 분리가 되어 그 문장은 “God is now here(하나님은 지금 여기에 계시다)”라는 의미로 바뀌게 됩니다. 

이 일화는 지금부터 50여 년 전, 문 장로가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자주 인용하던 ‘영어 단어’였는데 학생들이 퍽 재미있어 하던 기억이 납니다. 훗날 대학 강단에서도 애용했더니 영어가 상당 수준에 이른 장성한 학생들도 재미있어 했습니다. 이 문장은 “하나님이 지금 내 곁에 살아계시다”는 뜻이므로 은근히 전도의 효과가 있으리라 믿고 자주 학생들에게 인용하던 ‘영문 글귀’였습니다. 

1970년대 중반, 신일고등학교에서 사제의 인연을 맺은 이현모(李賢謨, 1957~ ) 교수가 어느새 정년이 되어 지난 주(12/15) 정년퇴임식이 열렸던 《침례신학대학》에 다녀왔습니다. 연전에 퇴임한 선배교수가 축사를 하면서 자기가 은퇴를 하고보니 ‘아무데도 일할 곳이 없구나!(nowhere)’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음 순간 ‘nowhere’를 ‘now here’로 분리시켜 생각을 하니 내가 할 일이 ‘지금 여기’에 있구나!‘하는 대반전(大反轉)이 일어났다고 하면서 웃으며 축사를 맺었습니다.     

한국인 시각장애인으로 최초의 박사이자 미국 조지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지낸 강영우(1944~2012) 박사가 그의 나이 64세이던 2008년,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지구촌교회’에서 장애인주일 기념예배에서 설교를 맡았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그날 설교의 제목은 “오늘의 도전은 내일의 영광”이었습니다. 그는 말씀을 이어나가면서 “누구든지 큰 고난에 직면하면 ‘기회는 아무 데도 없다(nowhere)’고 절망하지만 우리를 인도하시는 주님은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켜 ‘지금 여기(now here)’에서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하신다”라고 간증했습니다. 

그는 그날 설교에서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소개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축구공에 맞아 실명한 그는 연이어 양친을 모두 여의고 두 동생과 뿔뿔이 흩어져 ‘맹인재활센터’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제발 눈을 뜨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그는 6년간의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연세대에 입학하면서 미국 유학의 길이 열려 인생의 돌파구를 찾게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지구촌교회에서의 설교 내내 ‘자신에게 장애를 주신 하나님’을 찬양했습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그때 제 눈을 뜨게 해주셨다면 저는 소년가장으로 동생들을 부양하느라 아무것도 못했을 겁니다.” 그의 큰아들 폴 강(한국명 강진석, 조지타운 의대 안과교수, 1973~ )의 어린 시절, 그의 기도제목은 “눈 뜬 아버지를 주세요”였다고 합니다. 야구도 못하고 운전도 못하는 아버지가 어린 아들 눈에는 무능력해 보였습니다. 그런 아들에게 아버지는 “아빠는 불을 끄고도 너에게 성경을 읽어줄 수 있단다”라며 불을 끄고 어두움 속에서 점자(點字)를 통해 성경을 읽어줌으로써 아빠의 장점을 보게 해주었습니다. 아들 강 교수는 “아버지가 어둠 속에서 들려준 성경이야기”를 그의 생애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강영우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저를 소개하면서 ‘장애에도 불구하고’라며 말하는데 저는 그 말을 ‘장애를 통해서’ 그리고 ‘장애 덕분에’라고 정정해 드리지요.” 그의 둘째 아들 크리스토퍼 강(한국명 강진영, 1976~ )은 오바마 대통령의 《입법담당 특별보좌관》으로 발탁이 되어 온 나라에 화제를 일으킨 일이 있었지요. 

강영우 박사가 이렇게 성공한 배후에는 그의 아내 석은옥(1942~ ) 여사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녀는 강영우 박사의 추모 10주기를 맞아 『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라는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여기에서 우리는 강영우 박사의 성공은 《Nowhere가 아니라 Now Here입니다》에서 출발한 “기적(奇蹟)의 역사”였음을 우리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됩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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