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 신명기의 지나친 이스라엘 우월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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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의 책들 중에서 신명기는 ‘이스라엘 우월주의/이스라엘 중심주의’(particularism)를 대표하는 책이다. 신명기는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택하신 ‘선민’이요, 다른 족속들과는 구별된 ‘성민’으로서 지상 만민 중에서 ‘특별한 백성’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신 7:6; 14:2, 21; 26:19; 28:9 등) 신명기의 약자보호법도 이스라엘 신앙공동체 즉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서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신명기는 ‘이스라엘 백성’과 ‘이방 족속들’(Gentiles)을 엄격하게 구분한다. 한가지 예를 들어본다. 도축하지 않고 스스로 죽은 짐승을 먹어도 되느냐 하는 문제이다. “너희는 스스로 죽은 모든 것을 먹지 말 것이나, 그것을 성중에 거류하는 객에게 주어 먹게 하거나 이방인에게 파는 것은 가하니라.” (신 14:21) 스스로 죽은 짐승을 이스라엘 백성은 먹어서는 안되지만, 이방인들에게 주어서 먹게 하거나, 팔아도 좋다는 것이다. 고대로부터 오늘날까지 유대인들은 이 규정을 이렇게 해석해오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 중의 하나는 ‘피를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레 17:10-14) 따라서 짐승을 도축할 때 피는 반드시 땅에 쏟아야 한다. (신 12:16-23 등) 그런데 스스로 죽은 짐승은 피를 땅에 쏟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을 먹는 경우 피까지 먹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은 스스로 죽은 짐승을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이방 족속들은 먹어도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대인들의 전통적인 해석에는 결정적인 오류가 있다. 레위기의 피를 먹지 말라는 금지규정을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나 이방인의 구별이 전혀 없다. “무릇 이스라엘 집 사람이나(=이스라엘 백성) 그들 중에 우거하는 타국인(=이방인) 중에 어떤 피든지 먹는 자가 있으면 내가(=하나님) 그 피 먹는 사람에게 진노하여 그를 백성 중에서 끊으리니, 육체의 생명은 피에 있음이라… 너희 중에 아무도 피를 먹지 말며, 너희 중에 우거하는 타국인(=이방인)이라도 피를 먹지 말라.” (레 17:10-12) 피를 먹지 말라고 하는 레위기의 금지명령은 이스라엘 백성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 백성이건 이방인이건, 누구도 피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명기의 스스로 죽은 짐승을 이스라엘 백성은 먹지 말라는 규정이, 이스라엘 백성은 피를 먹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고 이방인들은 피를 먹어도 되기 때문이라고 하는 유대인들의 해석은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다.

스스로 죽은 짐승들 중에는 수명이 다해 자연사한 경우도 있겠으나, 병이 들어서 병사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죽은 후 시간이 경과되어 부패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먹지 않는 스스로 죽은 짐승은 당연히 이방인들도 먹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신명기는 성 안에 같이 살고 있는 이방인 나그네들에게 먹도록 주는 것은 가한 일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그런 것을 이방인들에게 돈을 받고 파는 것까지 좋다고 했다. 이러한 신명기의 이방인을 차별하는 규정은 ‘이스라엘 우월주의’의 정도가 지나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구약성경에는 ‘이스라엘 우월주의’와 함께 ‘만민주의’가 쌍벽을 이루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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