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의 생활신앙] 계자서(誡子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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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하늘에 달려있다”(제갈공명). 「삼국지」(三國志)라는 이름의 책은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진수(陳壽/233-297)가 위(魏), 촉(蜀), 오(吳)의 3국 시대 역사를 기록한 역사책이고, 다른 하나는 소설책이다. 소설책의 원이름은 「삼국지 통속연의」(三國志, 通俗演義)이고 줄여서 <三國演義>나 <三國志演義>라고 부르기 때문에 혼동이 생겼다. 소설책 <三國志>는 원(元)나라에서 명(明)나라로 넘어오는 시기에 소설가 나관중(羅貫中/1330-1400)이 시장 거리에서 이야기를 수집해 쓴 장편 소설이다. 이 소설은 고조 유방에서 유비로 이어지는 한족(漢族) 중심의 소설이며 이후 청나라 시대에 모종강(毛宗崗) 부자가 내용을 보충하고 문장을 다듬어 오늘에 이르게 됐다. 이 소설 <삼국지>에는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로부터 제갈량(諸葛亮/181-234)이 오장원(五丈原)에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등장한다. 제갈량은 삼국시대 촉한(蜀漢)의 정치가이며 군사전략가로 자(字)는 공명(公明)이고, 호는 와룡(臥龍)이다. 제갈량은 54세로 임종할 때 8세 된 아들 제갈첨(諸葛瞻)에게 <계자서>(誡子書)라는 한 통의 서신을 남겼다. 이 <계자서>에 나오는 구절들은 시인 묵객들이 즐겨 암송하는 명언이 되었다. 담박(淡泊)과 영정(寧靜)은 노자사상의 키워드인 염담(恬淡)과 청정(淸靜)을 가리키는 말이다. 시간을 소중히 아껴 청정한 마음으로 학문에 전념하고 덕성을 함양하여 장차 사회에 쓸모있는 사람이 되라고 당부하는 부정(父情)이 넘치는 자녀교육 교과서이다. 그 내용을 여기 소개한다. ① 군자의 성품이란 청정한 마음으로써 수신(修身)하고 검소함으로써 함양되는 덕성이니라(夫君子之行/ 而修身, 儉以養德). ② 마음이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펼칠 수 없고, 청정하지 않으면 원대한 인상을 펼칠 수 없느니라(非淡泊無以明志/ 非寧靜無以致遠). ③ 배움은 반드시 청정한 마음에서 이뤄지고, 재능은 반드시 배움에서 이뤄지느니라(夫學須靜也/ 才須學也). ④ 배우지 아니하면 재능을 넓힐 수 없고, 청정하지 아니하면 배움을 이룰 수 없느니라(非學无以廣才/ 非靜无以成學). ⑤ 너무 느리면 정진할 수 없고, 너무 조급하면 성품을 도야할 수 없느니라(淫慢則不能勵精/ 險躁則不能冶性). ⑥ 세월은 빠르게 흐르고 의지도 세월따라 사라지리니/ 그래서 마른 나뭇가지의 낙엽처럼 사회에 거의 쓸모없게 되어/ 가난한 집에서 슬퍼하며 지낸들 어찌 (흘러간 세월을) 돌이킬 수 있으랴(年與時馳, 意與歲去/ 遂成枯落/ 多不接世/ 悲守窮廬/ 將復何及). 이어서 제갈공명은 처세 명언도 전해주고 있다. ①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나 그것을 이루는 것은 하늘이다(謀事在人, 成事在天). ② 세 개의 세력이 서로 싸울 경우에는 2등과 3등이 힘을 합쳐 1등과 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③ 찻잔이 주전자에서 물을 얻고자 한다면 찻잔의 위치는 분명 주전자보다 낮아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가정생활 특히 자녀교육을 위해 정철이 쓴 훈민가(訓民歌)가 전해오고 있다. ①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두 분 곧 아니시면 이 몸이 살았을까. 하늘같은 그 은덕을 어디대어 갚사오리. ② 형아 아우야. 네 살을 만져보라. 누구에게서 태어났기에 모습조차 같은 것인가. 한 젖 먹고 자라났으니 딴 마음을 먹지 마라. ③ 어버이 살아계실 때 섬기기를 다하여라. 돌아가신 뒤에는 뉘우친들 어찌하리/ 평생에 고쳐 못 할 일 이뿐인가 하노라. ④ 한 몸 둘로 나눠 부부로 생겨나게 했으니, 있을 동안 함께 늙고 죽은 뒤엔 함께 간다/ 어디서 바르지 못한 마음이나 행동이 눈 흘기려 하느냐. ⑤ 그대 아들 효경 읽더니 얼마쯤 배웠느냐? 내 아들 소학 읽기는 모레쯤 마치리라. 어느 때 이 두 글을 배워 어질게 된 것을 볼 것인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부모의 자녀사랑은 변할 수가 없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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