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야구경기와 기독교 신앙

Google+ LinkedIn Katalk +

야구경기는 몇 가지 면에 있어서 ‘기독교 신앙’을 떠올리게 한다. 첫째, 다른 운동과는 달리, 야구감독이나 코치들은 선수들과 ‘꼭 같은 복장’을 하고 있으며 신발이나 모자까지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음을 보게 되는데 축구, 배구 또는 농구 감독들은 주로 신사복 정장을 하고 선수들을 독려하며 지도한다. 야구감독은 다른 스포츠의 감독과는 달리 야구장 안쪽 투수마운드까지 친히 들어갈 수가 있다. 다른 종목의 감독들은 휴식시간이나 필요할 때, 특별히 타임을 요청해서 선수들을 불러낼 수 있는 것이 야구감독과 재미있는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보면 야구감독은 비유컨대, 하나님의 아들이면서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내려오신 예수님의 이미지를 방불(彷佛)케 한다.  

둘째, 야구에는 ‘희생번트’라는 것이 있다. 축구에는 ‘어시스트’가 있지만, 그것을 ‘희생’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야구에는 “내가 죽고 다른 누군가를 살리는 행위”가 있는 것이다. 미국의 야구문화에서는 홈런을 친 선수에게는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지만, 희생번트를 성공하고 들어온 선수에게는 반드시 ‘하이파이브’를 해주는 관행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희생’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다시 한 번, 인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서 기꺼이 십자가를 짊어지신 예수님을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셋째, 야구의 점수 계산법은 독특하다. 축구나 농구는 「골망(goal net)」에 공이 들어가야만 1점을 따게 된다. 그런데 야구는 홈런을 쳤다 하더라도 사람이 홈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득점으로 인정이 되지 않는다. 야구경기에서는 안타를 치지 못하고도 점수가 나는 경우가 있다. 볼넷을 얻어 1루에 나가고, 도루로 2루까지 진루를 하고, 누군가의 ‘희생번트’에 힘입어 3루까지 도달해서 동료의 ‘희생플라이’로 홈까지 들어올 수도 있다. 

성서에 나오는 가룟 유다는 이를테면 ‘홈런을 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영광스럽게도 예수님의 부름을 받았고, 재정을 담당하는 실세(實勢)였기에 말이다. 그러나 그는 홈을 밟지 못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예수님이 짊어지신 십자가 옆에 매달렸던 한 강도는 인생에서 안타 한 번을 치지 못한 인생이었지만 그는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는 주님의 음성을 들었으니, ‘홈에 들어온 인생’이라 하겠다. 아무튼 사람이란 모름지기 “영원한 홈”으로 돌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아버지의 집」으로 말이다. 

야구의 경기방식이나 규칙을 자세히 보면 ‘그리스도인의 순례’의 삶과 닮은꼴이다. 아홉 명의 선수가 함께 협력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경기가 야구이다. 다른 선수들이 잘한다고 하더라도 투수가 잘 던지지 못하면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교회에서 리더의 실책은 교회를 무너지게 할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투수가 잘 던진다고 하더라도 다른 선수들이 에러를 범하면 경기에 이길 수 없다. 교회에 훌륭한 리더가 있다 하더라도 평신도들이 좋은 협력자가 되지 못하면 교회는 성장하지 못한다.

그리스도의 ‘최후, 최고의 희생’은 자신이 십자가에 달려 인류를 구원한 것이요, 야구에서의 ‘희생 번트’나 ‘희생 플라이’는 자신이 죽어서 동료를 살리는 것이다. 신앙인들이 믿음의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것은 ‘구원’이다. 야구경기에도 ‘구원’이라는 용어가 있으니 선발로 나온 투수가 지치면 그를 도와줄 ‘구원투수’가 등장한다. 우리가 「하늘 문」 앞에서 하나님과의 하이파이브는 우리를 구원하시고 이끄시던 ‘그 손과의 만남’이다. 그때 우리는 영원한 「나의 집인 홈」에서 나보다 먼저 홈에 들어온 이들, 아브라함, 모세, 다윗, 베드로, 바울, 나의 선친, 그리고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순례의 승리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게 될 것이다. 

대전에서 목회하는 목사님 중에 “문 장로는 저리가라!”하는 야구광 한 분이 있다. 같은 「대전서노회」에 속한 「가장제일교회(佳狀第一敎會)」의 담임, 소종영(蘇鍾永) 목사가 그분이다. 지난 주간, 한국프로야구 코리언시리즈에서 문 장로가 응원하는 LG팀의 승리를 축하하는 야구이야기를 「신앙산책」에 올려드린 일이 있는데 소 목사께서 그 글을 읽고 프로야구광의 한 사람으로 평소에 생각하신 글을 문 장로에게 보내왔으니 바로 위에 기록한 내용이다. 문 장로가 크게 공감하는 바가 있어 오늘 그 글을 여기에 올려드리게 되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