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2] 아프간 정부 몰락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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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Taliban) 지지 세력과 20년간 전쟁을 했다. 미국은 2001년 이후 아프간 전쟁과 재건에 2조 달러(2,300조원) 이상 쏟아 부었다. 미국의 재정이 흔들릴 정도였다. 2014년부터는 아프간 스스로 방위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군(ANDSF) 양성에 국방비(50억~60억)의 75%를 미국이 감당했다. 미국 정부는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군 병력보다 훨씬 우세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은 착각이요, 허상이었다. 미국이 아프간에 지원해 준 많은 재원은 재건이 아니라 관료와 군 간부들의 호주머니에 들어갔다. 서류상 병력은 30만 명까지 이르렀으나, 봉급을 타기 위해 거짓으로 등록한 유령 병사가 많아 실제 병력은 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2020년 2월 미군과 탈레반군의 철수 합의 이후 탈레반군에 돈을 받고 무기를 판 군인들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미군이 떠나기 시작하자 사기가 꺾여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게 되었다. 아프간 정부군은 스스로 전투 의지가 없었다. 미군이 철수하자 정부군은 탈레반군과 전투 한번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항복했다. 

미국이 아프간에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도 철수를 결정한 배경은 아무리 도와줘도 성과가 없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는것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Joseph Biden) 정부는 국가정책과 미국인의 다수 여론에 따라 미군 철수를 선언하게 되자, 탈레반군이 맹공을 가하여 30만 명이라고 자칭하던 정부군이 8만 명의 탈레반군에게 힘없이 무너져 2021년 8월 15일 수도 카블이 함락되었다. 이런 급박한 현실을 맞이한 아프간 정부의 아슈라프 가니(Ashraf Ghani) 대통령은 차량에 돈다발을 가득 채운 채 국민을 버리고 인접국인 우즈베키스탄으로 탈출했다. 악명 높은 탈레반이 돌아오자 8월 16일 새벽부터 카블 국제공항은 탈출하려는 내‧외국인 수천 명이 몰려들어 아비규환의 지옥이 되었다.   

미군이 탈레반군 소탕작전에 나선 것은 9‧11테러사건 때문이었다.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이 이끄는 알카에다(al Qaeda) 테러 단체가 2001년 9월 11일(화) 아침 미국 뉴욕에 있는 세계무역센터를 공격하여 최소 100억 달러의 기반시설과 재산 피해 외에 2,977명의 사망자, 2만 5천명의 부상자를 내었다. 미국은 아프간의 탈레반 정부가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테러 세력을 옹호하는 배후세력으로 간주하여, 이들을 응징하기 위해 20년간 전쟁을 하게 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 정부 붕괴와 관련한 8월 16일자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의 국익(國益)이 없는 곳에서 싸우는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면서 아프간전쟁 종식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 나라를 이끌어가는 핵심 세력은 그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지도자들이다. 나라를 끝까지 지키고, 국민의 생명을 사수해야 할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국민이 역경에 처하든지 말든지 자기만 살겠다고 다른 나라로 도망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죽음을 걸고 끝까지 고국에 남아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사수하려고 했어야 마땅했다. 

1975년에 망한 월남이나 2021년 8월 15일에 붕괴된 아프간 정부 모두 부패와 분열주의가 지배적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썩으면 망한다. 소수 민족이나 정파들이 단합하고 화합하여 미래로 나아가지 않고 정쟁이나 벌이는 동안 적의 비수가 넘보기 마련이다. 미국과 같은 든든한 나라가 아무리 국방을 뒷받침해 주고 버팀목이 되어 주어도 스스로 나라를 지킬 의지와 자주국방 능력이 없이 내부가 약체가 되면 무너진다는 역사적 교훈을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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