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김정은 북한 최고 지도자에게 보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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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초로(草露)와 같은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 나그네입니다. 인간이 아무리 막강한 권력과 황금을 소유한 자라도 언젠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나약한 존재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분단된 나라들 모두 통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민족만이 분단을 극복하지 못한 채, 갈등과 분쟁을 계속하고 있어야 하겠습니까? 이제 남탓 그만하고 우리 자신들을 돌아볼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좌는 무엇이고 우는 무엇인가요? 자유는 무엇이고 평등은 무엇인가요? 왼손도 오른 손도 모두 필요한 것 아닌가요? 인간 세계는 자유와 평등의 조화와 균형 속에 성숙한 결실을 맺어가는 것 아닌가요? 인류역사는 사상의 다양성, 문화의 다양성의 세계로 흘러가고 있는 것 아닌가요?

지금은 탈이념 시대입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잡을 수 있는 고양이면 된다는 실사구시의 시대로 접어든지 이미 오래되지 않았나요? 사심을 버리고 문을 열어야 합니다. 모순되고 불합리한 것을 과감하게 개혁해야 선진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통일을 하려면 남북한 겨레들이 만나야 합니다. 만남의 자유는 통일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남북한 겨레들이 만나야 서로 오해도 풀고 화해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 아닌가요? 남북한 겨레들이 서신 왕래도 하고 남북한 TV와 신문도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겨레들의 의사소통 없이 평화통일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특히 남북한 겨레들의 만남의 자유를 가로막는 것은 실제로 반통일적(反統一的), 반인륜적(反人倫的) 행동이 아닌가요?  

중국과 러시아를 오늘날의 국가로 변화시키는데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 덩샤오핑(鄧小平)과 고르바초프(M. Gorbachev)의 개혁 의지를 언제까지 간과할 것입니까?  

지금은 왕조시대가 아니고, 인민주권시대입니다. 통치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주인을 억압하고 인민재판으로 함부로 인권을 유린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입니다. 인민은 순한 양과 같지만, 분노가 폭발하면 핵이나 미사일로도 막지 못할 것입니다. 금년 들어 10여 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하고 대륙간탄도유도탄(ICBM)까지 발사했으니, 도대체 종착역이 어디인가요? 검을 쓰는 자는 검으로 망한다는 역사적 진리 말씀을 들어본 적이 없나요?

김정은 최고 지도자는 스위스 유학 시절에, 제네바 바스티옹 공원에 기욤 파렐(G. Farel), 장 칼뱅(Jean Calvin), 테오도르 드 베즈(T. Beze), 존 녹스(John Knox)의 종교개혁자들을 기념하는 부조상을 목격한 적이 없나요? 스위스가 어떻게 해서 세계인들이 선망하는 국가가 됐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나요?

나보다 먼저 인민을 살리고, 통일의 문을 열어 한반도에 살고 있는 겨레들에게 희망을 줄 용기가 없나요? 심은 대로 거두게 될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핵무기가 승리의 원동력이 아니라 앞으로 인민의 향배가 더 중요할 것입니다. 세종대왕처럼 진정 민의가 무엇인가를 깨달아 인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과감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그것은 세계인들이 추구하는 상식과 순리를 존중하는 조치들이 기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민들이 온종일 뼈빠지게 일해도 굶주린다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인해야 할 것입니다. 인간은 희망을 먹고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나라가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계속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그 책임을 다른 이들에게 돌리지 않고, 오늘 풍랑만난 것이 나의 연고로다 할 수 있는 겸손한 용기를 발휘할 생각은 없나요? 세계화 시대에 세계 국가들과 등을 지고는 희망이 없습니다. 계속 이념의 독선에 사로잡혀 있는 한 희망을 기대할 수 없나니, 하루속히 정상국가로 회복될 수 있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의 변화가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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