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남은 자의 시대적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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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생길 초창기에는 국민들이 세운 통치자가 세습되기를 바라지 않았지만, 한번 권력을 잡은 통치자는 국민의 뜻을 거역하고 왕으로 행세하면서 세습해 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그런 왕을 파라오(Pharaoh)라고 했다. 파라오는 자국에서 나일강 치수 등 국민들 간에 이해관계로 혼란과 분쟁이 발생하거나 외세로부터 침략을 당했을 때, 그런 난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 위기 극복 과정에서 파라오는 신성한 존재로 자신을 신격화해 갔다. 그래서 이집트에서 파라오를 태양신 라(Ra), 레(Re)와 같은 우상적 존재로까지 간주하는 현상이 생기게 되었다. 이집트의 파라오 신격화 현상은 이집트뿐만 아니라 바빌로니아, 앗시리아, 마케도니아, 로마 등 고대국가들에서도 왕을 신격화하여 숭배하도록 하는 현상이 대두하였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일찍이 반기를 들고 나선 민족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유대민족, 즉 이스라엘 민족이었다. 예컨대, 애굽에서 고난을 당하는 이스라엘 민족들을 출애굽(Exodus)시킨 모세(Moses)는 파라오는 인간이지 신이 아니다. 신은 오직 야훼(Yahweh)신 하나밖에 없음을 인식하고 시내산에서 계시를 받아 십계명을 만들었다. 십계명 제1‧2조는 야훼신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고 어느 곳에든지 우상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애굽에서처럼 통치자를 신격화하는 파라오가 대두하여 국민들을 억압할수록 유일신을 믿는 이스라엘 민족에게는 수난이 뒤따랐다. 예컨대, 바빌론 포로(B.C. 586), 마카베오 전쟁(167~142 B.C.), 유대 전쟁(70~73) 과정에서 많은 유대인들이 희생당하였다. 기독교인들은 로마제국에서 네로(Nero, 64) 때부터 디오클레티아누스(Diocletianus, 303) 때까지 250여 년간 격렬한 박해를 받아 많은 희생과 카타콤(catacomb) 생활을 하였다. 제2차대전 중에는 유대인들이 히틀러(A. Hitler)의 나치(Nazi) 정권에 의해서 600여만 명이 희생당하는 홀로코스트(Holocaust)라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신유‧기해‧병오‧병인의 박해를 받아 많은 천주교인들이 희생당했다. 특히 병인박해 때에는 대원군 지지 세력들에 의해 무고한 천주교인 8천여 명이 희생을 당했다. 제1‧2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재자들에 의해 수천만 명이 억울하게 희생을 당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 공산군의 기습남침으로 인해서 국군, 유엔군, 민간인들의 희생자가 100만 명 이상 희생자가 발생했다. 소련 스탈린 체제하에서 희생된 자가 1천 5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3‧1운동 때 일제의 만행에 의해 한국인이 7천여 명 희생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집권 후 오늘날까지 6천만 명 이상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캄보디아에서는 크메르루즈의 폴 포트 정권에 의해 200여만 명이 희생당했다. 1975년 월남이 패망한 후, 베트남 공산정권에 의해 100만 명 이상 희생되었고, 북한에서는 ‘고난의 행군’ 기간 중 희생자가 200~300만 명까지 추정되고 있다. 오늘날 미얀마 군부 민 아웅 흘라잉 정부군의 무력과 러시아 푸틴 정부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있다. 

이스라엘 아합왕의 왕비 이세벨(Jezebel)이 바알숭배 반대 선지자들을 박해할 때, 남은 자로서 엘리야(Elijah)가 목숨을 걸고 바알숭배 반대투쟁을 하였고, 하나님은 그런 위기 속에서 바알에게 무릎꿇지 않을 7천 명을 남겨두었다(왕상 19:18)고 하였다. 이상의 현상은 대부분 국가 독재자들의 군사적 무력이나 이념의 독선세력들의 무자비한 행위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억울하게 희생당했다. 그럴 때에 살아남은 자들은 자만에 빠지지 말고 살아남은 자로서의 시대적 사명을 가지고 앞서간 희생자들의 의로운 유지(遺志)와 정신을 되새기면서, 자유‧민주‧정의, 그리고 인권과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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