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 도망한 노예(종) 보호법

Google+ LinkedIn Katalk +

신명기에 수록된 인도주의적 법 중에 고대 사회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들이 많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도망한 종(노예) 보호법’이다. “종이 그의 주인을 피하여 네게로 도망하거든, 너는 그의 주인에게 돌려주지 말고 그가 네 성읍 중에서 원하는 곳을 택하는 대로 너와 함께 네 가운데에 거주하게 하고 그를 압제하지 말지니라.”(신 23:15-16) 고대 사회에서 노예는 주인의 소유물이었다. 종이 도망한 경우, 도망한 종을 도와주거나 숨겨주어서는 절대로 안 되었다. 함무라비 법전에는 그렇게 하는 자는 사형에 처할 수 있었다. 도망한 종이 잡히는 경우 처형당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신명기는 ①도망한 종을 주인에게 돌려주지 말 것. ②도망한 종이 살기를 원하는 곳에서 살게 해줄 것. 즉 그가 살아갈 거주지를 선택하게 하라는 것이다. ③도망한 종이라고 해서 그를 억압하거나 불이익을 주지 말 것.

1948년 UN은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을 제정 공포했다. UN의 업적 중에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되는 세계인권선언 14조에는 “모든 사람은 박해를 피하여 타국에 피난처를 구하고 체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했다. 이 인권선언이 선포되기 2천년도 훨씬 전에, 신명기에는 도망한 종을 보호하는 규정이 명기되어있다는 것은 실로 놀랄 만하다.

신약성경 빌레몬서는 사도 바울이 빌레몬에게 보낸 서신이다. 빌레몬은 경제적으로 부유했던 사람으로, 일찍이 사도 바울이 전한 복음을 믿고 크리스천이 된 사람이었다. 빌레몬에게는 오네시모라는 노예가 있었는데, 오네시모는 주인의 돈을 훔쳐 달아났다. 오네시모는 도피하던 중에 사도 바울을 만났고, 그를 통해서 크리스천이 되어 새사람이 되었다. (사도 바울과 오네시모 두 사람이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에 관해서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사도 바울은 새사람이 된 오네시모를 주인 빌레몬에게 돌려보내면서, 그를 용서하고 “이후로는 종과 같이 대하지 말고, 사랑받는 형제로 대하라”고 권면하는 서신을 쓴 것이 빌레몬서이다. (바울이 이 편지를 감옥에서 쓴다는 것을 여러 번 언급하고 있다. (1,9,10,13,23절) 바울이 어떤 상황에서 어느 곳에 있는 감옥에 투옥되었을 때 이 편지를 썼는지도 상세히 알 수가 없다.)

사도 바울이 빌레몬에게 주인 돈까지 훔쳐 달아난 노예를 종이 아니라 사랑받는 형제로 대하라고 하는 권면의 말씀은 고대 당시에는 상당히 무리한 요구였다. 왜냐하면 당시 로마법에는 도망한 노예는, 더구나 주인 돈까지 훔쳐 달아난 노예는 사형에 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빌레몬에게 상당히 간곡한 어조로 오네시모를 형제로 받아줄 것을 구하는 편지를 썼다. “나이 많은 나 바울”이 “사랑으로 간구한다” (9절) “아들 오네시모를 위하여 네게 간구한다” (10절) “네가(=빌레몬) 나를 동역자로 알진대, 그를(=오네시모) 영접하기를 내게 하듯 하고…” (17절) “나 바울은 친필로 (이 편지를) 쓴다” (19절) 등의 어투와 표현은 사도 바울 자신이 당시 사회 법으로는 용인되기 어려운 없는 요구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