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 다말과 시(媤)형제 결혼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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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12지파 중에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파는 유다 지파이다. 다윗 왕도, 예수님도 유다 지파에 속하며, 오늘날 세계 역사의 주역 중의 하나인 ‘유대인’들은 대부분이 유다 지파의 후손들이다. 유다 지파의 조상은 두말할 것도 없이 ‘유다’이다. 그런데 창세기 38장에는 유다에 관한 읽기가 곤혹스런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유다에게는 세 아들 엘, 오난, 셀라가 있었다. 장자 ‘엘’은 ‘다말’과 결혼했고, 자식을 낳지 못하고 죽었다. 시아버지 유다는 과부가 된 다말을 둘째 아들 ‘오난’과 결혼시켰다. 구약시대 행해졌던 ‘시형제 결혼제도’를 따른 것이다. 즉 결혼한 남자가 자식이 없이 죽은 경우, 과부가 된 여자는 죽은 남편의 시형제와 결혼해 자녀를 낳아 죽은 남편의 혈통이 끊어지지 않게 하는 제도이다. (신 25:5-6) ‘시형제 결혼제도’는 과부에게는 죽은 남편의 가계를 잇게 하는 의무였고, 시형제에게는 죽은 형제의 가문에 대한 책무였다.

형수 다말과 결혼하게 된 ‘오난’은 계산이 빠른 인물이었다. 형식적으로 형수와 결혼했으나, 오난은 다말과 자식 낳기를 극구 피했다. 형수 다말이 아들을 낳는 경우, 그 아들은 죽은 형의 아들이 된다. 그렇게 되면 아버지 유다가 재산 상속을 할 때, 자기는 상속 순위에서 밀리게 되고, 자기가 받을 몫도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오난은 형수 다말이 수태하지 못하게 피했던 것이다. 그런데 오난도 단명하게 죽고 만다. 창세기는 오난의 행위가 ‘여호와 목전에 악하므로 여호와께서 그를 죽이셨다’고 했다. (창 38:10)

이제 막내아들 셀라가 남게 되었다. 셀라가 아직 결혼적령기가 아니었던 듯, 시아버지 유다는 며느리 다말에게 수절하고 셀라가 장성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셀라가 장성하면 그와 결혼시키겠다는 뜻이었다. 시간이 흘러 셀라는 장성했다. 그러나 유다는 셀라와 다말을 결합시켜주려하지 않았다. 유다는 다말과 결혼했던 두 아들이 모두 일찍 죽는 것을 보고, 막내아들이 다말과 결합하면 그도 일찍 죽을지 모른다고 겁이 났던 것이다. “(유다는 막내아들) 셀라도 그 형들과 같이 죽을까 염려함이라.” (창 38:11)

다말은 죽은 남편의 가문이 끊어지게 해서는 안된다는 일념으로 막내동생 셀라가 장성하기만 기다렸다. 그러나 시아버지 유다가 셀라와 결혼시켜주지 않는 상황에서 여자로서 수태할 수 있는 나이를 고려할 때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다말은 비상한 생각을 해냈다. 그리고 이를 결행했다. 다말은 오랫동안 입고 있었던 과부의 옷을 벗고 (당시 과부들이 입는 복식이 있었던 것 같다.) 얼굴을 베일로 가리고 창기의 모습으로 변장했다. 그리고 시아버지 유다가 지나가는 마을 입구에 앉아 기다렸다. 결국 자기 며느리가 창기로 변장한 줄 몰랐던 유다는 다말과 관계를 갖게 된다. 다말은 수태하게 되고, 쌍둥이 아들 베레스와 세라를 낳게 된다.

오늘날 시각에서 보면, 유다와 다말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불륜을 저지른 것이다. 그러나 구약시대 ‘시형제 결혼제도’의 규율 안에서 다말은 유다 가문의 혈통이 끊어져서는 안된다는 책임감에서 행한 행동이었다. 다말이 낳은 아들 중 장자 베레스는 다윗 왕의 9대 조상이 되었고,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예수님의 족보에까지 오른 인물이 되었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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