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싶은이야기] 나의 주님, 용서와 사랑의 너그러운 마음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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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교회의 첫 번째 순교자는 스데반과 야고보 장로이다. 한국교회가 순교자에 대한 정의를 성서적으로 발표한 내용을 참고하면, 순교자를 증언자로 정의할 수 있다. 한국교회의 수많은 순교자들의 행적을 총회가 엄정하게 조사하였고, 이를 분명하게 선포했다.
내가 지니고 싶은 순교자의 심정은 스데반 집사와 손양원 목사님처럼 마지막까지 용서하는 사랑이다. 마지막 서원기도의 사랑의 모습을 본받고 싶다. 그 이유는 내가 살아오면서 당했던 수많은 수모와 배신, 그리고 모함과 같은 경험으로 마음의 고통이 깊어졌던 힘겨운 사연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시절 고생스럽고 고독하고 배고프고 외로운 고아였다. 그 시절 말로 다 할 수 없는 아픔과 슬픔으로 가득 찬 절망 중에 있을 때 희망을 주는 위로의 한마디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나 같은 거지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을 만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나는 위로의 천사들을 만나기를 기대하고 희망을 찾아 먼 길을 달렸다.
우선 살아남기 위해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친척집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위로가 아니라 슬픔과 고통과 악몽의 시작이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욕설을 퍼부으며 때리는 매를 맞아 마음과 몸은 상처를 입어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내 몸에는 매 맞은 흔적들이 60군데나 남아 있다. 그것도 모자랐던지 친척들은 나를 상여 창고나 공동묘지에 데려다 놓았다. 아마도 나를 귀신이 잡아가고 짐승의 밥이 되라고 버렸던 것 같다.

부산 맹아원에서 지낼 때는 가난하고 무일푼인 고학생이었다. 그 시절 선생님께 선물을 사 드릴 수 없었던 나였다. 어느 선생의 구두끈을 가져갔다고 내게 누명을 씌워, 아랫목에 세워 놓고 대나무 꼬챙이로 한 시간이 넘도록 종아리를 때려 피멍이 들게 한 양 모 사감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사회인이 되어서도 아픈 경험들은 많이 있었다. 평생 내가 할 수 있는 한 어려운 형제들을 사랑으로 대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의 은혜를 원수로 같은 박 모 형제가 있었다. 가난하여 공부를 계속하지 못할 때, 두 형제의 학비를 주어 공부를 계속하도록 지원했다. 하지만 공부를 마치고 출세하여 지도자가 되었을 때, 받은 은혜에 커피 한 잔 대접하기는 커녕 남의 기관의 직원을 몰래 빼 가는 사람들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형제 이상으로 기도해 주고 사랑을 베풀어 주며 삶의 길을 열어 준 정 모 형제의 모략중상을 받았을 때 느꼈던 배신감은 나를 너무 슬프게 했다. 행복을 시작하는 약혼식에 와서 예배는 안 드리고 프로판가스로 장난을 하다가 화재를 내서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 돈 달라고 하다 안 주면 죽이겠다며 목을 조르기도 했다. 나에게 엄청난 불행을 준 그 사람들의 악한 행동들은 두고두고 뼈아픈 상처를 남겨 주었다.
성서에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화목하라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며 나도 순교자들의 마음을 품기를 원한다. 기도해도 선뜻 마음이 풀리지 않고 용서가 안 되는 나에게, 돌에 맞아 피투성이가 되고 돌에 파묻혀 죽어 가는 순간에도 무릎 꿇고 하나님을 향해 “주여! 이 죄를 저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라고 기도하던 스데반처럼 믿음을 주시기를 간구한다.

두 아들이 순교했다는 소식을 들은 손양원 목사님은 땅에 엎드려 하나님을 우러러 보면서, 순교할 수 있게 하심에 도리어 감사하는 기도를 드리셨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들을 죽인 원수를 아들로 품은 손양원 목사님의 마음을 기억한다.
손양원 목사님은 바다보다 넓고 하늘보다 높고 세상보다 큰 사랑의 마음, 용서의 마음을 지니셨다. 이 얼마나 고귀한 사랑의 마음인가. 나도 손양원 목사님 같은 그 마음, 선뜻 용서하는 너그러운 마음이 있었으면 하고 하나님께 기도하였다.
“주님, 내 생명 불러 갈 때까지 용서하는 마음을 주소서. 주님 앞에 설 때 당당하게 순교자들의 용서하는 사랑의 증인이 되기로 서원합니다. 아멘.”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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