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 4월이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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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오랫동안 코로나 덕분에 집에 콕 박혀있는 생활이 이제는 하나도 이상하지 않게 여겨지면서, 또한 몸에 익숙해지려는 이때에도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4월이 다 지나고 어느덧 5월이 되었다. 아주 옛날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엔 괜히 어른이 좋아보여서 ‘어서 빨리 세월이 흘러 나도 어른이 되었으면’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 늦게만 흐르는 세월을 한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세월은 변함없이 제대로 흘러갔으며, 다만 살아가는 내가 느끼지만 때로는 빠르게 혹은 느리게도 느껴진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인생이 한참 영글어 갔을 때라고 여겨진다. 하여튼 이제 새로운 5월이 슬그머니 우리 곁에 다가왔다. 물론 아직도 봄이 계속되고 있기에 계절의 변화는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예전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교복이 있어 동복이나 하복으로 구별해 입었기에 계절의 변화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고, 특히 4계절이 분명하게 구별되던 예전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거의 3개월씩 되어 있어 계절의 변화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온대 지방이었던 우리나라가 슬그머니 아열대 지방으로 변화하면서 봄이나 가을도 무척 짧아진 경험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계절의 변화에도 그리 큰 감동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 서서히 멀어져만 가는 4월을 생각하면서 예전 젊었던 시절에 느꼈던 낭만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늙었다는 징조라고 여겨진다. 아련히 먼 시절에는 4월이면 틀림없이 몇 번이고 들으면서 때로는 따라 부르기도 했던 노래인 「4월의 노래」를 몇 번이고 부르고 들었던 추억이 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로 시작되는 박목월이 지은 시에 김순애가 곡을 붙인 이 노래는 6·25전쟁의 피난살이에서 돌아와 재생하려는 우리들에게 서정적이면서 낭만이 있고 담담한 노래로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위로를 주었던 노래였다. 후에 1970년대 초기에 마침 LA를 찾았던 김순애 권사가 어느 날 내가 일하던 방송국을 방문해서 방송을 통해 대담을 나누면서 이 노래에 대한 감회를 나누었던 기회는 멋진 추억이었기에 더욱 애착이 갔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유명한 시인 T.S. 엘리엇이 지은 시 ‘황무지’의 서두에 나오는 구절인 「4월은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라일락을 피우며/추억과/욕망을 섞으며/봄비로/생기 없는 뿌리를 깨운다」를 흠모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아 4월을 몹시 우울하게 여기기도 하며, 따라서 원하지 않는 불상사도 많이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 4월은 매년 날짜는 다르지만 십자가의 고난을 받으시고 돌아가신 예수께서 3일 만에 다시 살아나신 부활의 감격을 느끼는 계절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축하하여야 한다. 이제 봄이 지나고 곧 무더운 여름이 올 것이다. 당연히 우리에게 닥쳐올 희망의 5월은 그동안 우리를 몹시 괴롭혔던 코로나가 종식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보지만 이런 일이 불가능하다면 코로나가 풍토병 정도로 변하여 함께 생활하면서 예전의 생활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이제 가버린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기에 우리는 새로운 5월을 맞이할 뿐이다. 나라가 몹시 어려운 시련에 빠져 들었다.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지만 그 변화가 과거보다는 더욱 좋은 방향으로 진전되길 바라면서 우리가 더욱 희망에 찬 미래를 기대해도 좋을 새로운 5월을 맞이하길 염원해본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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