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약속을 생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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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매일같이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바라는 바를 충족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과 약속을 한다. 형제간, 친구간, 기업인간, 외국인간의 약속 등 수많은 약속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만일 그런 약속을 해 놓고 이행하지 않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특히 부동산 매매계약, 국가간 무역과정에서 물품구매계약 등을 체결해 놓고 이행하지 않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약속을 해놓고 이행하지 않으면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거래처가 끊어진다.

결혼할 때도 일반적으로 약혼을 하고 결혼식을 거행한다. 소수 몇 사람이 모여 결혼식을 거행하기보다 많은 축하 손님을 초청해 결혼식을 거행한다. 사실상 신랑과 신부가 여러 축하객들 앞에서 결혼 약속을 선언하게 하는 셈이다. 신랑과 신부 두 사람이 만나 간단히 약속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결혼 약속은 너무나 중요한 약속이기에 평생동안 변치 않고 서로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 앞에서 약속을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전통적 공론화에서 결혼식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어 지속적으로 가장 많이 읽혀지고 있는 책이 성경으로 알고 있다. 그 명칭을 구약(舊約)과 신약(新約)으로 부르고 있다. 그런 명칭이 붙여지게 된 것은 신과 인간과의 약속 이행을 중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8세기 근대 영국과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들인 홉스(T. Hobbes), 로크(J. Locke), 루소(J. J. Rousseau)는 군주와 국민과의 사회계약을 주장하였다. 군주가 왕권신수설을 주장하면서 국민주권을 무시하던 시대에 주권(主權) 문제를 놓고, 군주와 국민간에 계약을 주장한 것은 역사적으로 실로 의미가 크다. 당시 군주들은 민권(民權)의 신장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외면(外面)하다가 마침내 영국에서 청교도혁명(1642), 프랑스에서는 프랑스대혁명(1789)이 발생하여 찰스 1세(Charles I)와 루이 16세(Louis XVI)가 처형되는 비극이 초래되었다.

오늘날 민주화 시대를 맞이하여 국가의 통치자를 비롯해 중요한 지도자들이 유권자의 선거에 의해서 일정기간 동안 그들 지도자들에게 유권자의 주권을 위임한다. 지도자들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입후보자들은 유권자들과 약속을 한다. 수많은 선거공약을 모두 이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최소한 지켜야할 필수적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때, 그들 지도자는 정치생명을 상실당하기 마련이다. 

국가간에도 정치‧경제‧군사 등 여러 분야에서 계약을 체결한다. 특히 분쟁하고 전쟁까지 하다가도 때로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다. 이 모든 국가간의 약속을 납득할 만한 상당한 이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파기할 때, 또다른 분쟁과 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개인간의 약속이나, 집단간의 약속이나, 국가간의 약속이나 어떤 약속이든지 간에 그 약속은 철저히 이행되어야 한다. 만일 그런 약속이 본래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는 사회질서와 국제질서가 파괴되어 혼란과 무질서를 초래하게 됨으로써, 분쟁과 전쟁에 휩싸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신뢰성은 생명이다. 신뢰성이 무너지면 인간관계는 단절된다. 인간들은 누구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 많은 손실이 올 때도 있다. 하지만 개인이나 집단이나 국가나 자신들이 한 약속을 생명(生命)처럼 존중하는 믿음직한 인간에게, 어떠한 손실과 불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속이지 않고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결의에 차 있는 인간에게는 오히려 번영과 축복이 있으리라.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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