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우상은 무너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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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왕국에서는 왕을 파라오(Pharaoh)라 했다. 이는 큰 집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며, 태양신(Ra, Re)처럼 우상화 했다. 이런 현상은 오시리스(Osiris) 신화를 통해 등장했다. 역사적 배경은 나일강이 범람할 때, 나일강변에 자리잡은 도시국가(Nomes)들로 하여금 힘을 합쳐 치수관개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왕권 강화와 관련되어 신격화가 이뤄졌다. 이런 왕의 신격화는 고대 이집트왕국 뿐만 아니라 바빌로니아, 앗시리아, 페르시아 등에서도 나타났다.

십자군전쟁 후 서양 중세말 자케리의 난(1358), 와트 타일러의 난(1381) 등 농민반란이 발생하고 봉건 질서가 붕괴되고 도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사회 혼란이 가중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영주가 몰락하고 도시를 중심으로 중앙정부의 군주권이 강화되었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 왕권신수설을 기반으로 군주가 절대권을 행사하는 절대주의   현상이 대두했다. 프랑스 루이 14세(Louis XIV) 같은 군주는 짐이 곧 국가다(L’Etat, c’est moi)라고 할 정도로 막강한 위세를 보였다. 군주가 국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된 셈이다.

이런 왕권신수설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군주의 절대주의에 따른 사회적 모순을 청산하고 새로운 근대 시민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 시민혁명이 대두했다. 그 대표적인 혁명이 영국의 청교도혁명(1642), 미국의 독립혁명(1776), 프랑스혁명(1789)이다. 

모세가 출애굽 후 시내산에서 신의 계시를 통해 만들었다는 십계명 제1‧2조에는 내 앞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고 명시하고 있다. 모세의 이런 사상의 배경에는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신이 아니고 인간으로서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세는 파라오의 신격화 뿐만 아니라 전통 신들에 대한 반대를 유일신의 계시를 통해서 강하게 강조하고 있다.

기독교가 베드로와 바울 등을 통해서 로마제국에 전파되었다. 네로황제(Nero, 64) 때부터 디오클레티아누스황제(Diocletianus, 303) 때까지 250여 년간 10차례의 대박해가 있었다. 여러 가지 박해 원인이 있었지만, 중요한 박해 원인 가운데 하나는 기독교인들이 황제숭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최초로 천주교 박해사건이 발생했다. 그것은 신해사옥(辛亥邪獄, 1791, 정조15)이다. 전라도 진산의 양반 교인이었던 윤지충(尹持忠)이 그가 모친상을 당하자 그의 고종 4촌 권상연과 함께 신주를 불사르고 제사를 폐지했으며, 모친상을 천주교식으로 치루었다가 참수를 당했다. 대원군 때는 병인사옥(丙寅邪獄, 1866, 고종3)이 발생했다. 이것은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 정권에 의해 1872년까지 6년간 천주교도 탄압으로 8천여 명의 신도들이 우상을 거부하고 오직 전지전능한 유일신 천주교 신앙을 위해 순교의 길을 갔던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은 한국에 학교마다 신사 참배소를 만들어 놓고 학생들에게 신사참배를 강요했다. 주기철 목사는 신사참배를 끝까지 거부하다가 1944년 4월 옥중에서 순교했다.

북한은 김일성 동상을 전국 주요 도시에 세워 숭배하도록 하고, 그의 생일 4월 15일을 태양절(太陽節)로 기념하면서 신격화하고 있다. 또한 김정일 동상도 주요 도시에 세워 숭배하고 있으며, 그의 생일 2월 16일을 광명성절(光明星節)로 기념하고 있다. 

국가지도자는 국민을 위한 봉사자이지 숭배의 대상이 아니다. 평등을 부르짖는 북한사회에서 이런 숭배는 납득할 수 없다. 북한의 국호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다. 북한의 국호에 걸맞게 북한은 인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공화국이어야 한다. 북한의 지도자에 대한 우상화와 신격화는 하루속히 종식되고 진정한 평등의식이 자리잡아 민주화되어야 소망이 있으리라.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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